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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주치의] 꿀잠은 행복한 인생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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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청탁을 받은 다음날이다. 한 시간을 일찍 깼다. 글에 대한 구상도 할 겸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출근길에 졸렸다. 접촉사고의 위험이 있겠다 싶어서 차간거리에 주의를 하며 신호대기 중이었다. 약간 내리막길이다. “쿵”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뿔싸, 그 찰나에 내가 깜빡 졸았다. 앞차와의 간격은 팔 하나 거리였고 두 차는 이상이 없었다. 앞차의 청년은 기분이 나빠졌고 굳이 보험직원이 오기를 고집했다. 아침진료에 지각할 수밖에 없었다.

 

| 일만 년 전 원시리듬을 바꿀 순 없다

사고의 원인은 일상의 생체리듬이 무너진 결과였다. ‘졸음운전에 의한 교통사고 자료의 분석연구’는 하루의 수면주기 리듬이 인간의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적응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현대 도시인의 수면 부족은 범세계적인 현상이다. 특히 21세기 이 나라 젊은이들은 한 세대 이전의 사람들보다 면역력이 약해졌다. 수면 시간은 한 시간 이상 짧아졌지만 생체리듬은 일만 년 전의 원시리듬을 바꾸지 못한다. 밤늦도록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 매달리기 때문에 초래된 비극이다.

불면이란 수면의 질 또는 양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다. 문제 발생 시점에 따라 ‘잠들기 전’, ‘자는 동안’, ‘잠에서 깰 때’로 나누어 이해한다. 잠이 드는 데 30분 이상 걸리는 입면立面 장애, 자다 깨다 하는 일이 반복되어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수면 중간에 잠에서 깨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면유지 장애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병으로 간주한다. 불면증은 증상 자체로, 또는 연관되는 낮 동안의 피로감으로 인해 여러 고통이나 장애를 일으킨다.

보통 1차성 불면증(정신과적 문제나 내과적, 신경과적 문제, 약물의 사용이나 사용 중지 등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2차성 불면증이라 함.)의 원인은 스트레스나 환경의 변화에 따른 긴장이다. 가정과 회사, 학교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 여행으로 인한 시차나 수면환경의 소음 등이 긴장을 유발한다.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등의 질병이나 통증으로 인한 불편감, 노령이나 갱년기에 따른 증상도 수면에 영향을 준다. 불안, 우울,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요인과 실내의 탁한 공기, 잠자리 온도 등 수면환경 요인도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다. 일만 년 전부터 이어진, 수면의 원시리듬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에는 이처럼 방해요소가 많다.

 

| 불면증의 진단과 처방

손쉬운 불면증 자가진단법이 다양한 버전으로 나와 있다. 다음의 항목들을 살펴보자.

01 잠들기 전에 숙면을 취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02 잠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03 잠들기 위해 술을 마신다.
04 자는 동안 두 차례 이상 깬다.
05 깨고 난 후 다시 잠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06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깬다.
07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08 잠을 자고 나서도 여전히 피로가 풀리지 않은 느낌이다.
09 잠자리에 있는 시간은 많았는데, 필요한 만큼 충분히 잠을 잔 것 같지 않다.
10 잠을 자도, 낮 동안에 졸리거나 피로감이 밀려온다.

입면 혹은 수면 유지에 문제가 생겨 숙면을 취하지 못할 때, 곧바로 피로감과 불안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피로감과 불안감이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불면증 증상이 시작되었다면, 위의 항목 중 4~5가지 이상에 해당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불면증이 의심된다면 세 가지 처방을 고려할 수 있다. 약, 음식, 생활습관이다.

불면증에서 약은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수면제를 쉽게 이해하자면 유도제와 유지제로 나누어 기억하면 좋다. 스틸녹스 같은 유도제는 수면도입 효과가 좋고, 5~6시간의 수면을 유지한다. 경우에 따라 효과가 약할 수도 있다. 유지제는 길게 숙면하는 효과가 좋은데, 때로는 유도제와 혼합 처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면약제의 처방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한다. 드물게는 수면제를 장기적으로 써야만 되는 분도 있는데 약제의 발전이 눈부시니 그리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이 있다. 음식이 곧 약이라는 말이다. 영양소 부족이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불면증 완화에는 국화, 대추, 감초 등이 선호되며, 이들은 수면을 조정하는 칼슘과 멜라토닌(생체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의 흡수・생성에 기여한다. 우유, 바나나, 계란, 견과류 등에도 칼슘과 트립토판(아미노산)이 많다. 요거트, 허브티, 포도 등도 도움이 된다.

 

| 숙면을 돕는 생활습관

규칙적인 수면시간과 일상의 리듬을 유지한다. 불규칙한 수면시간은 불면의 주요 원인이다.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해지면 몸은 적응에 혼란을 일으킨다. 주・야간 근무가 바뀔 때, 몸은 하루에 한 시간씩 적응한다. 적응할 시간없이 리듬이 불규칙해지면, 당연히 수면을 취해도 피곤이 풀리지 않거나 수면상태 유지가 어려워진다. 불규칙한 식사는 소화기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밤늦은 시간의 과식은 소화기관의 활동으로 인해 몸을 각성시키기 때문에 수면을 방해한다. 약간의 음식 섭취는 숙면을 촉진할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잠자리에 든다. 직장의 업무는 집에 가져가면 안 된다. 불면은 집착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수면공간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장시간 전화를 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거나 따스한 차를 마시며 안정해야 한다. 취침 전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명상을 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음식이나 약물을 중지한다. 담배, 커피, 술 등은 중추신경 각성을 높이기 때문에 불면을 유발한다. 흡연자의 경우, 수면 중에도 니코틴 부족현상으로 잠에서 깨거나 숙면을 방해받는다. 자다가 깨어 담배를 피우면 잠은 달아난다.

안락하고 편안한 잠자리가 필요하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며 실내온도는 적정해야 한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당연히 안락하고 편한 곳에서 더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잠자리가 바뀌면 전혀 잠을 못자는 사람은 여행 중에 수면제를 먹는 게 좋다. 침실의 밝기도 적당해야 한다. 편한 침구류가 중요하다. 자는 방은 커튼으로 빛을 차단하고 형편이 안 되면 안대를 사용한다.

낮에 하루 15분 이상 햇볕을 받는다. 매일 15분 이상 햇볕을 쬐면, 비타민D와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도움을 주며 쾌적한 기분을 유지하고 밤에 숙면을 취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운동량이 부족해도 불면이 온다. 낮에 햇볕 아래서 운동한다. 무리한 운동은 통증을 유발하여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취침 전에는 가벼운 운동이 좋다.

불면증, 모르면 고생길이지만 알면 쉽게 조절할 수 있다. 꿀잠은 행복한 인생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김종길

김종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가톨릭의대 외래교수. 대한신경정신과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수필가로 문예시대작가상, 정경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에 『정신분석, 이뭣고』, 『속죄』 등이 있다.

김종길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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