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일본의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입니다. 좀 섬뜩한 이 제목은 독일 시인 파울 첼란의 한 시구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런데 책 제목 자체가 내게 짜릿하게 와 닿았습니다. 우리는 ‘종교’라고 하면, 공손히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절대자를 향해 무릎을 꿇은 뒤에 간절하게 시선을 비스듬히 저 위로 향한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간절하게 내민 두 손을 누군가가 따뜻하게 붙잡아주고 일으켜 세우면, 절망에 쪼그라들고 열망에 지쳐버린 사람의 오금과 장딴지에 힘이 모아져 그 누군가에 기대서 따라 일어서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얻게 됩니다. 우린 이것이 종교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 역시 간절히 믿고 기도하는 힘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순수한 기도의 힘이 그 무엇보다 가장 센지도 모르겠습니다.
| 나는 불교를 알고 있는가?
그런데 경전을 통해 만난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되묻는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대체 그대의 두 손을 누구 앞에 내미는 것인가?”
우리가 내밀어야 할 두 손은 내 자신을 향해 있어야 하고, 붓다는 사람들이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밀기보다는 그들 스스로에게 시선을 돌리고 스스로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도록 종용하는 분입니다. 스스로에게 구원의 손을 내미는 일, 나는 그것이 ‘경전읽기’라고 봅니다.
다시 사사키 아타루에게로 돌아가 봅니다. 그는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서 이런 구절을 자주 씁니다.
“책을 읽어버렸다.”
“책을 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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