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론에 길을 묻다] 사실의 판단과 가치의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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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론에 길을 묻다] 사실의 판단과 가치의 판단
  • 법인 스님
  • 승인 2015.09.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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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인이 왜곡된 발언을 하는 이유

간혹 신의 ‘뜻’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일본이 조선을 강제 점령하여 우리 민족에게 많은 고통을 준 역사에 대해 신의 깊은 섭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또 하느님을 믿지 않아서 쓰나미와 같은 대형자연재해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한 대형교회의 원로 목사가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큰 고통과 시련을 통해 거듭나게 하는 신의 섭리라고 해석하고 위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고통의 당사자와 많은 사람들은 신의 섭리를 의심합니다.

왜 그럴까요?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성적이고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살고자 하는 생명에게 부당하게 착취하고 무참히 죽이는 일이 어찌 신의 뜻이냐고 건강한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묻습니다. 전염병과 자연재해가 신의 뜻이라면 그 뜻은 사랑의 마음인가를 의심합니다. 확신에 찬 종교인은 신앙은 이성과 과학을 초월하는 영역이라고 항변할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과 예수님의 판단과 말씀이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상식과 합리에 기초한 ‘사실’을 벗어난 적이 있었을까요? 간혹 종교의 성전에서 보이는 신비한 이적과 몇 가지 상징적 기호를 가지고 우리는 세상의 합리적 사실을 뛰어 넘으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종교인들은 왜 상식에서 벗어난 왜곡된 발언을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그렇게 발언하는 것입니다. 사실의 판단과 가치의 판단이 일치하는 경우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비록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혹은 알 수 없지만, 고난 극복의 방편으로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자연의 재앙이 일어난 것은, 우리가 자연 앞에 겸손하라는 신의 뜻이라고 해석하는 경우입니다. 또는 어떤 불순한 의도를 실현하기 위하여 사실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특정 종교를 믿지 않아서 신이 벌을 내린 것이라고 합니다. 특정한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가치 판단이 사실의 판단을 규정합니다.

세상의 이치가 이러이러 하다고 정확히 이해(解)하는 것이 사실의 판단입니다. 즉 존재와 현상의 구성 원리와 운동의 속성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다음으로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기 때문에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행위(行)입니다. 우리는 존재와 현상의 구성 원리와 운동의 속성을 이해하고 실천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확신(信)입니다. 그리고 그 확신을 기초로 사유하고 실천하면서 진리를 내면화하고 자기화하게 됩니다. 사실에 부합하는 삶, 진리 그대로의 삶(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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