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기행] 툭툭, 토마토 떨어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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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기행] 툭툭, 토마토 떨어지는 소리
  • 박찬일
  • 승인 2015.09.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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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 스님과 함께 토마토 찾아 떠난 여행길

   

서울은 원래 사대문 안을 서울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에 조금씩 넓어지다가 전후, 그리고 60년대 이후 서울의 폭과 너비는 더욱 커졌다. 서울의 둘레는 과거 경기도 양주군, 고양군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그리하여, 지금도 간혹 뉴스가 나온다. “서울에서 농사짓는 사람들.” 이는 서울 둘레가 중요한 농산물 생산지역이었음을 말해준다. 경기도 용인은, 적당히 발달한 구릉과 논밭이 있었다. 차를 몰아 이 땅으로 들어간다. 아니나 다를까, 공기의 ‘기운’이 다르다. 아파트 투성이의 주거지대 옆으로 슬쩍 비껴서니, 과연 옛 용인의 느낌이 살아나는 구릉지대다. 그 옆으로 농장이 있으니, 목적지다. 

알알이 토마토가 맺힌 농장이다. 뒤로 막 비구름이 몰려오다가 주춤거리면서 흐린 비를 뿌렸다. 늦여름의 무거운 기운을 걷어간다. 스님이 오신다. 100여명 비구니 대중이 기거하는 수원 봉녕사의 도감, 동원 스님이다. 반가운 걸음, 인자한 웃음. 지금 토마토는 사철 재료가 되었다. 그래도 이 여름의 초입에서 출구까지가 제철이다. 농장을 운영하는 이성민 씨는 “이렇게 기르면서 서리 내릴 때까지만 기릅니다. 불을 때서 난방을 해가면서 하는 쪽도 있는데, 저희는 그냥 그 정도까지입니다.”

비가림 하우스 재배다. 비를 가려주면 당도는 올라가고 잘 익는다. 다른 이는 모르겠지만, 나는 토마토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질문-아마 필자와 비슷한 이들이 많을 것 같다-은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하는 것이다. 자못 ‘초딩’스러운 이 질문은 여전히 복잡한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과학자들은 분류학적으로 토마토를 과일이라고 부른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과일이란 꽃 피우는 식물의 씨방이 발달한 것이므로, 토마토도 과일로 본다고 한다. 분류학적인 내용이 아니라, 세금 때문에 토마토가 확실한 채소로 지정된 적도 있다. 뭐든 판례를 얻기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경우다. 1887년의 일인데, 채소에만 세금을 붙이는 관세법이 통과되면서 토마토는 어디에 놓느냐는 논쟁이 일었다. 결국 연방대법원이-참 할 일도 없어 보인다- 채소라고 규정하게 된다. 이유는 우리가 예상하듯 ‘토마토는 후식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관점으로 보면 한국에서는 과일이다. 당신의 토마토의 기억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내 최초의 토마토는 ‘설탕에 절인 토마토’였다. 기실 6월, 7월은 변변한 과일이 없다. 복숭아나 포도가 나오기에는 이르고, 참외나 수박도 맏물이 겨우 나오는 시기였다. 요새는 하우스로 재배하므로 출하 시기가 대폭 당겨졌지만, 노지 재배만 하던 때에는 그렇게 계절만 바라보면 과일을 먹어야 했다. 이럴 때 토마토가 딱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별로 달지 않다는 것. 그런 점에서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다. 단맛이 제법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과일처럼 아, 달다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설탕에 재서 먹는 방법을 썼다. 과학적으로 토마토와 설탕은 상극이라고 하지만, 이게 보통 맛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토마토를 다 먹고 나서 차가운 그릇에 남아 있는 즙이 정말 엄청났다. 토마토 씨 덩어리가 점점이 떨어져 있고, 진한 즙에 설탕은 미처 입자가 채 녹지 않아 서걱거렸다. 그걸 후루룩 마시거나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이었다. 이게 먹고 싶어서 이번에 일부러 해먹어보았는데, 참 실망스러웠다. 엄마가 해주던 게 아니어서 그랬을까. 토마토가 바뀐 것일까. 

토마토는 아메리카 땅에서 유럽을 돌아 한국으로 들어왔다. 처음 토마토가 유럽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당시에는 관상용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뭔가 불경하고 의심스러운 식물로 보다가 색깔과 모양이 예뻐서 나중에 관상용이 되었지만 먹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토마토가 광범위한 요리 재료가 된 건 19세기에 와서야 가능했다. 토마토가 요리 재료로 문서에 보이는 건 1839년의 일이고, 역시 나폴리 사람의 저서에서였다. 그러니까 피자의 역사는 오래 되었지만 지금과 같은 마르게리타 피자(토마토소스에 모차렐라, 바질을 얹어 이탈리아 국기의 색깔을 상징하는 대표 피자, 한국에서도 인기다)가 나온 건 훨씬 후의 일인 것이다. 

 

| 절에서 토마토로, 스파게티

방울토마토가 주로 하우스 안에서 자란다. 주황색과 붉은색의 대추 토마토다. 더러 둥근 방울토마토도 있다. 시설 재배인데, 농사짓기 편하게 가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본디 불교에서 밥할 때도 다라니를 치면서, 기도를 하면서 한다고 하잖아요. 오욕락을 멀리하자는 건, 먹는 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러니, 잘 먹자고 하는 일이 다 계율에 맞지 않고 도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지금 사찰음식이라는 게 그렇지.”

고운 토마토를 보다가 이야기가 음식 짓는 덕의 문제로 넘어간다. 식욕을 억제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라는 말씀, 그런데 먹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다 물리치나요.

“그것이 도를 이루는 데 기본적인 훈련이지요. 혀의 쾌락, 배를 채워서 얻는 쾌락을 조절하지 못하고 어떻게 도를 이야기하겠어요. 어리석은 일입니다.”

나무관세음보살. 

요즘 토마토는 날것에 뭘 좀 쳐서, 그러니까 샐러드 같은 걸로도 먹고 아니면 스파게티 소스로 먹을 수도 있다. 스님께 요즘 절에서 토마토로 만드는 요리를 여쭙자, 예상외의 말씀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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