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론에 길을 묻다] 지금 나의 생각은 어떻게 해서 나의 생각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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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론에 길을 묻다] 지금 나의 생각은 어떻게 해서 나의 생각이 되었을까?
  • 법인 스님
  • 승인 2015.08.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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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온 것’과 ‘만들어진 것’의 선택

고통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

『중론』의 가르침은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갈등과 불안을 ‘해결’하는 쪽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일어난 원인을 제거하여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장 드러난 병을 치료하는 구병救病과 함께, 다시는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병防病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중생이 앓고 있는 병, 다시 말해 고통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으며 그것들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요? 먼저 고통은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여러 모습과 이름으로 나타납니다. 긴장, 초조, 압박, 무기력, 소외, 고독, 불안, 공포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심리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인생은 괴로움이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전은 이 모든 고통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어 발생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이는 고통의 원인을 욕망과 집착이라고 하는데, 이는 정확한 규정이 아닙니다. 집기集起, 즉 여러 조건이 결합하여 발생한 것입니다. 불행이든 행복이든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조건과 간접적이고 부수적인 조건,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인 환경 등이 맞물려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중론』에서는 고통과 불안의 가장 근원적이고 일차적인 원인을 ‘사견邪見’이라고 합니다. 그릇된 생각에서,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존재 일반에 대해 바르지 못한 인식과 판단이 불안과 고통이라는 병을 가져 온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착각이 만병의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야심경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원리전도몽상遠離顚倒夢想, 뒤바뀌고 거짓된 생각을 멀리 떠나야만 고통을 영원히 소멸할 수 있다고 쐐기를 박고 있습니다.

“어느 사람이 깜깜한 밤길을 가다가 발을 잘못 디뎌 벼랑에 떨어지게 되었다. 도중에 용케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았다. 가지를 잡고 몇 시간을 버티어 보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죽었구나 하며 손을 놓았다. 그런데 떨어지고 보니 땅에서부터 겨우 6인치 정도밖에 안 되는 곳에 매달려 있었다. 미국의 종교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종교학자 오강남 선생이 즐겨 인용하는 예화입니다. 어둠에 가려 나뭇가지와 땅 사이가 6인치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이 나그네는 몇 시간 동안 불안에 떨어야했던 것이지요. 우리는 사실을 사실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인식과 판단의 오류로 인해 엉뚱한 행위를 하고 불길과 같은 감정에 휘말리고 갈등을 겪는 일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 사견邪見 혹은 희론의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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