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기행] 별똥별 캐러, 감자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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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기행] 별똥별 캐러, 감자밭으로
  • 박찬일
  • 승인 2015.08.3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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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 스님과 함께 감자 찾아 떠난 여행길

| 김꺽정 부인과 임사임당 아내의 산 속 외딴집

“그 길 끝까지 오시면 돼요.”

전화를 건 운전자에게 걸려온 대답이었다. 산길로 접어든 차는 한참을 달려 한 채씩 집을 만났고, 차를 세웠으며, “아니오.”라는 답을 들었다. 그때 생각이 났던 것이었다. 산길에서 목적지를 찾을 때는, ‘의심하지 말고 가라. 여기가 맞나 싶을 때 더 가라.’는 화두였다. 과연 ‘…외갓집’에서 기르는 개 세 마리(실은 한 마리는 마실 온 옆집 개)가 우리를 맞았다. 왜 아니겠는가. 인생의 길도 그럴 것이다. 본디 참된 것은 쉬이 보이지 않나니, 의심하지 말고 갈 일이다.

주인네 임소현, 김영미 부부가 맞아준다. 임씨는 천상 선비 풍모고, 날카롭고도 순한 눈매(이런 게 진짜 있다)를 가졌다. 아마도, 본디 퍼런 눈빛을 이 산골의 부드러운 기운과 능선이 둥글게 깎았으리라. 김씨는 포근하고도 억척스러워 보이는 내자다. 아니나 다를까, 김씨는 농민운동을 했고, 남편 임씨를 만나 귀농한 처지란다.

“제가 바깥사람 같고, 저 사람(남편)이 안사람 같죠? 다들 그래요.(웃음)”

괄괄한 성미의 아내 김씨다. 사진작가 최 선생이 어디선가 뵌 분들 같다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맞다. 텔레비전 휴먼 다큐멘터리에 등장했던 부부다. 이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가서 구경했더니 흥미로운 분들이다. 임씨는 『불광』 취재팀을 남달리 맞아주면서 본디 다니던 회사가 조계사 근처에 있었다고 말한다. 직장 초년시절을 그 주변에서 보냈다는 것이다. 멀리서 차바퀴 헛도는 소리가 들린다. 승용차가 올라오기에는 벅찬 길. 스님이 오시는 모양이다. 원상 스님(통도사 자연음식연구소장)이 차를 버리고 걸어오신다. 환하게 웃으신다. 마침 고마운 비가 뿌린다. 일동 합장.

마당에 앉아 환담한다. 원두막 위로 갓 수확한 양파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농사는요 뭘. 그냥 우리 먹을 만큼 짓고 효소 내리거나 할 용도로 조금 하는 거죠. 산야초로 효소를 만들고 오미자 농사를 지어 발효원액도 조금 합니다. 밭농사를 짓고 있는데 조금 하는 것도 멧돼지 가족이 와서 먹어버리곤 해요. 귀농 10년차에 정작 농사가 어렵다는 걸 깨닫는 중이죠.”

남편 임씨는 강원도 양구 출신으로 인제로 귀농했다가 영월로 옮겨왔다. 지세가 좋고, 물이 맑으며, 기운이 마음에 드는 땅이라고 한다. 원두막에 앉아 보니, 집이 보통 물건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직접 지은 집이다.

“기둥으로 쓸 나무를 마련해서 말려가며 지은 집이에요. 나무가 말라야 재목이 되거든요.”

기둥 세우고 흙 발라 직접 손으로 지은 집이 산세에 딱 물려서 아주 안정감 있다. 구석구석 사람 손의 노고가 깊다. 화장실도 당연히 수세식이 아닌데, 냄새 한 자락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의 깔끔한 손길이 그런 것이다. 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궁금해진다.

“농사는 뭐 그렇구요, 방 하나 민박 내고 그래요. 필요한 건 다 만들어 쓰고, 없으면 안 쓰고.(웃음)”

이 부부는 지역에서 활동가로 일한다. 동강 보존본부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삶은 옥수수를 먹으며, 감자에 대한 환담이 이어진다. 바로 집 앞 텃밭이 감자밭이다.

마침 수확을 할 시기여서 호미와 광주리를 들고 손을 합쳐 캐보기로 한다. 해는 구름에 가려 진땀도 흘리지 않고 감자를 뽑아 올린다. 이런 일이란, 기실 농사라고 부를 수도 없는 즐거운 노동이다. 갈아주고 김매는 고단한 일이 끝나고 수확의 기쁨에만 슬쩍 끼어드는 셈이라 미안한 마음이다.

|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올해 농사가 어렵습니다. 가물어서. 감자도 다들 작다고 아우성이지요.”

임씨의 말이다. 과연 쑥 뽑아 올린 감자 대궁 밑으로 알이 적다. 굵직한 것들이 간혹 보이고, 자잘한 조림용이 태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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