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뜰] 불교는 성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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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뜰] 불교는 성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효록 스님
  • 승인 2015.08.3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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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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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성장의 길을 걷는 도반들
 
심리상담을 접하고 10여 년간 불교 수행과 심리상담을 통해 나는 내 상처를 만났다. 회복되는 과정에서 내적으로 성장했고 자연스럽게 타자에게 주의가 기울었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갔다. 그들을 돕고 싶었다. 조계종노동위원회에 이야기하자 성소수자 법회를 맡아볼 것을 권했다.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 
 
누구나 그렇지만, 성소수자들도 십대 무렵 성정체성에 큰 혼란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난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난 저주받은 것일까?’ 하는 혐오감으로 자살하는 친구들도 많다. 성소수자들의 자살률은 우리나라 전체 자살률의 2배이며, 전 세계와 비교했을 때 10배 수준으로 심각하다. 이들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행복을 서원하지만 이들만이 겪는 고통이 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조차 지속적으로 숨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소수자들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소하지만 커다란 행복을 남들과 공유할 수 없다. 반대로 사귀는 사람이 없음에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있다.”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결혼제도 바깥에 있음으로 인해 이들의 교제는 짧고 얕다. 더 이상 확장되지 않는 인간관계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성소수자에 대한 몰이해와 왜곡된 정보로 인한 오해가 이들을 짓누른다. 외로움, 배신감, 쓸쓸함, 고독감과 같은 보통의 감정에 이처럼 복잡한 어려움이 덤으로 얹힌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소수자 불자들을 대상으로 법회를 세 번 진행했다. 지금은 법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마치 도반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고등학교 친구의 고백을 듣던 순간과 지금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전에는 ‘알지 못하는 것(無知)’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같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양성적인 면이 있다는 것, 살아가면서 성적 취향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 이들에게도 똑같이 불성佛性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가까이에서 만나 진정어린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도 나와 똑같이 영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웃 종교는 어떨까? 개신교의 경우 공식적이진 않지만 종교 안에서 포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성공회는 성소수자들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개신교 성소수자 모임은 목사가 예배를 보며, 가톨릭 성소수자 모임은 사제가 미사를 본다. 이에 비해 불자 성소수자 모임은 결성된 지 15년이 되었으나 작년까지 지도법사 없이 법회를 봐왔다. 
 
이들이 성소수자이면서 불자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어려움도 있다. 출가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출가를 강권하거나, 성정체성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배려 없이 “결혼하라.”는 말을 쉽게 던지는 사람들이 흔하다. 아직 불교를 깊이 접한 경험이 없는데 대부분의 법문은 어렵고 추상적이다. 이들은 작은 일상에 울고 웃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일상사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기 위해 스님을 만나고자 해도 스님들은 멀리에 있다.
 
올해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들을 초청한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일부에선 단순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닌가하여 벌써 걱정하는 이도 있다. 이웃종교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불교계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소수자들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 불성의 존재, 차별은 없다
 
『숫타니파타』 「천한 사람의 경」에서 부처님은 다양한 행위에 대해 언급하며 그가 하는 행위에 의해 천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화를 내고 원한을 품으며, 자비심이 없고 생명을 해치는 사람, 자기를 칭찬하고 타인을 경멸하며 교만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화엄경』에 의하면 모든 존재는 고유성을 가진 온전한 존재이고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서로 다름’이 있을 뿐이다. 현상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본질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평등하다. 
 
또한 모든 존재들은 연결된 관계 속에서 의존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고대 인도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의 부속물 취급을 당할 정도로 지위가 대단히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은 여성의 출가를 허락했을 정도로 여성차별적인 야만에 도전한 선각자였다. 또한 부처님은 하인에게까지 동등한 출가 기회를 주어 비구가 되도록 인도하였으며, 기녀妓女가 출가하고자 했을 때도 기꺼이 비구니가 되도록 허락하였다. 
 
부처님은 성性에 관해 출가자들에게는 음행淫行 즉, 이성애나 동성애 등 일체의 성행위를 금지했고, 재가자들에게는 사음邪淫하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부처님은 출가자에 대해 승가의 화합과 승가의 활동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백 개의 계를 정했는데 성性과 관련하여 율장에 구체적인 사례들이 실려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당시 중성이나 양성을 가진 사람이 승가에 들어오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승가 내에서 일어나는 동성애는 바일제법波逸堤法으로 참회하도록 했다. 그리고 출가생활 도중에 성性이 바뀌는 경우, 부처님은 자비롭게 해결했다. 어떤 비구니의 몸이 남성으로 변하게 되어 율장에 따라 더 이상 비구니 승가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부처님은 그에게 새롭게 비구로서 구족계를 받도록 했다. 비구가 성적으로 여성이 되었을 때에는 다시 비구니 구족계를 받도록 했다. 
 
재가자들의 경우 오계五戒만을 지키도록 하고 있고, 이 가운데 사음邪淫의 종류나 행위에 있어서는 출가자들에 비해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숫타니파타』에서 부처님은 재가자에게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순결하지 못한 행위를 삼가고 만일 순결을 닦을 수 없더라도 남의 아내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불사음不邪淫에 대해서는 미성년자나 기혼자와 성적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는 것,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애정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부처님의 행보를 볼 때 성소수자를 차별한 근거는 없다.
 
불자 성소수자 법회에 참석하는 회원들 중 커밍아웃을 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가족들과 지인들이 받을 충격이 염려되어 말하지 못하거나 차마 용기가 안 나서 주저하고 있다. 요즘 십대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너무 빨리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부모님과 극단적으로 갈등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성소수자들이 모여 삶의 고통을 말하고 덜어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사회를 서원한다. 
 
 
 
효록 스님
동국대학교(경주) 외래교수. 청암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경주)에서 선학, 불교학 및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동대학원에서 불교상담학 석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자아초월상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 한국불교상담학회 연구이사,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행자입문교육 상담사 및 노동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조계종노동위원회가 주관하는 성소수자 법회를 이끌고 있다. 논문으로 「한국 비구니의 생애사 연구」, 「불교 명상과 현대 심리치료의 통합 연구 동향」, 「여성 출가자의 교육 분석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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