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마음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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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을 열어라
  • 문태준
  • 승인 2015.06.29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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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청정도론』에서 읽은 다음의 문장을 인용하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해보자.

“비파가 연주될 때 선율이 창고에 저장되었다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선율이 멈출 때 그것이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다. 선율은 비파의 구조와 악사의 연주에 의해 생겨난다. 연주가 멈추면 선율은 소멸한다. 우리가 인간이라고 부르는 존재도 모든 부분과 그들의 작용을 함께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거기서 영원한 자아를 발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역설이 존재한다. 길은 있으되 걸어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행동은 있으나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 공기는 흐르고 있지만 바람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정한 자아가 있다고 하는 개념은 잘못된 것이다. 존재는 청정함과 공空이다.”

이 문장을 바르게 이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해한 일도 아니다. 이 문장의 끝을 먼저 읽고 처음으로 향해 가면서 읽으면 조금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존재의 범위를 사람의 경우로 좁힌다면 사람은 청정하고 공空하며, 사람이라는 존재에게는 특정한 자아가 없으며, 영원하지도 않으며, 관계와 작용에 의해 존재할 뿐 그것은 마치 비파가 비파라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악사의 연주에 의지할 때에만 선율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면 그 맥락을 손으로 잡을 수 있다.

혼자서는 장군將軍을 못한다는 말이 있고, 또 외손뼉은 울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꼭 필요한 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마치 새의 두 날개처럼. 그러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고, 끝까지 잘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돕고 의지하는 관계에 의해 자신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잘못된 이해 위에 세워진 모래성일 뿐이다. 혼자서 이룬 것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그가 하는 모든 움직임과 그로 인한 결과는 관계에 의하지 않고서는 생산되지 않는다. 그가 하는 아주 작은 움직임조차도 파동이 있어서 다른 것에 힘이 미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힘은 연쇄적으로 다른 것들에게도 미치게 된다. 마치 호수의 수면에 뭔가 영향을 미쳤을 때 일어나는 작은 물결이 호수의 가장자리를 향해 가며 연쇄적으로 물결을 만들어 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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