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말씀을 아로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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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말씀을 아로새기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6.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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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미타선원 행복선수행학교

하늘에 가득 찬 구름 틈 사이로 빛살 쏟아져 내리던 날이었다. 활기 넘치는 부산 남포동 광복로에 갔다. 북적북적한 번화가 한 켠에는 부산의 상징으로 꼽히는 용두산 공원으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백두대간 중 용龍의 머리에 해당한다는, 부산 5대 명당 중 하나인 용두산龍頭山. 그 용두산 공원 입구에 도심수행도량 ‘미타선원(주지 하림 스님)’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심 속 사찰, 현대식 건물과 건물 위 전통식 대웅전이 복잡한 세간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미타선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데, 목요일 이른 오후임에도 법복 갖춰 입은 보살님들이 나란히 줄을 지었다. “보살님, 어디가세요?” “행복선수행학교 수업 들으러 갑니다.” 보살님들의 사뿐한 뒷모습에 등굣길을 뒤따랐다.

| 자기 마음을 살펴볼 수 있기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발걸음 바삐 올라간 보살님들이 미타선원의 행복선명상상담센터라고 이름 붙여진 1층의 잘 정돈된 공간에 삼삼오오 모였다. 모두 행복선수행학교 학생들이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주고받는다. 도반들끼리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우니, 말소리에 넌지시 귀를 기울였다. 헌데 여느 수다와는 달랐다. 수업 시작 전에 모여앉아 불교의 가르침에 대한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어느 곳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미타선원만의 진풍경이다. 언제 어디서나 도반들끼리 수행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있다. 전부 행복선수행학교 수업 덕이란다.

행복선수행학교는 2008년 11월 처음 문을 열었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주간반과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하는 야간반, 두 반. 주·야간을 합쳐 매년 200여 명의 수강생이 수업을 거쳐 갔다. 학교라는 이름답게 1년에 2학기를 개강하는데 처음 학교를 열었을 때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회도 빠짐이 없다. 

미타선원 주지 하림 스님은 재가불자들이 일주일 중 하루만이라도 자기를 위한 시간을 내어 자기 마음을 살펴볼 수 있기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참선에 대한 뜨거운 갈망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나아갈 수 없다는 재가불자들에게 참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시민선방을 2년 넘게 운영하며 직접 참선 수행을 지도해 보았다. 그러나 재가불자들에게 참선은 쉽사리 진일보進一步하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맴 돌았다. 기초가 부족한 탓이었다. 하림 스님은 그 고민을 가지고 월암 스님(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 은해사 기기암 선원장)을 찾아갔다. 스님에게 재가불자들에게 참선을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을 상의했다. 수행학교를 만들어 하나둘 차근히 가르쳐 주면 될 것 같았다. 준비과정을 거쳐 행복선수행학교를 열었다. 월암 스님께는 교장 선생님의 자리를 부탁드렸다.

그런데 ‘행복선’이란 단어가 조금은 생소하다. 월암 스님이 ‘행복선수행학교’라는 이름을 지으며 함께 지었다는 이름 ‘행복선’. 선을 두고 안심법문安心法問이라고들 말하는데, 월암 스님이 안심을 현대어로 어떻게 풀이할까 고민하다가 행복이라는 낱말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행복선이라는 단어에는 미타선원이 생각하는 선의 핵심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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