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명상하다_세월호는 나와 우리, 그리고 불교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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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명상하다_세월호는 나와 우리, 그리고 불교에게 무엇인가?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5.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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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재마 스님(조계종 노동위원, 중앙승가대학교 박사과정), 이지성(김도언 학생 어머님), 강정훈(안산온마음센터 정신과 전문의)

세월호 1년을 맞는다. 1년의 시간은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기억의 저편으로 흘려보낸다. 세월호를 수많은 사건의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다른 사건과 함께 시간으로 지나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보길 사회적으로 강제했는지 모른다. 우리 사회의 치부를 감추고 싶은 욕구가 작동된 것이다. 사회적 회피인 셈이다. 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무지와 무명이 얽히고 압축된 곳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런 얽힘을 화두처럼 우리 눈앞에 던져주었다. 

불교는 세계를 관계의 존재로 본다. 상의상관相依相關이다. 서로 의지하고 관계된 것이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핵심이 이것이다. 세월호가 그들의 사건이 아닌, 나의 사건, 우리의 사건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오늘 기획좌담을 연 것은 이를 말하고자 함이다. 세월호는 지금 여기에서 나와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를 불교의 눈으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답을 위해 3월 10일 좌담을 마련했다. - 편집자 주

사회자  불교계에서 세월호를 주제로 좌담을 연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곧 세월호 1년을 맞이하는데요.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가장 먼저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갔던 종교가 불교이고 많은 스님들이 참여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재마 스님  저는 16일날 몰랐어요. 그 다음날 알았어요. 제가 그때 연구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일이 손에 안 잡혔어요. 빨리 팽목항에 가봐야겠다, 우리가 안 가면 누가 가겠나, 그랬어요.(스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팽목항에 간 호스피스 스님들은 시신안치소에서 부모님하고 만나고, 저희는 유가족 분들과 만나는 것을 자중하고 법당에 주로 있었어요. 그때 정말 관세음보살을 부른다는 게 이런 마음이겠구나, 싶었습니다. 팽목항 법당이 그때 생겼어요. 저희들이 기도를 하면 아이들이 살아서 나올 거 같은 거예요. 그때 전국에 있는 비구니스님들이 거의 다 와서 며칠씩 돌아가면서 기도하고 했거든요. 

어머님  광화문에 가면 종교인 천막이 있는데, 스님도 계시고 목사님도 계시고 신부님도 계세요. 종교하고 상관없이 한 마음으로 움직였죠. 학부모들 얘기 들어보면 4월 16일 사고 이후로 ‘신神이란 없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내가 믿는 종교가 나를 배신하고 내 아이를 버렸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유가족들이 광화문에 왔을 때 각 종교계가 우리와 함께 움직여주셨어요. 그때 유가족들이 개인적으로 신앙을 다시 찾은 경우도 많으세요. 

사회자  유가족 분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도보 행진도 하시고, 지역 간담회도 계속 하시고 계시죠?

어머님  예, 저는 전국 간담회를 다니고 있고, 또 도보 행진을 했어요. 도보 행진 하면서 많은 힘을 얻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20일 동안 완주했어요. 사실 유가족 힘만으로 움직일 수 없는 일들이에요. 종교를 떠나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는 깜짝 놀랐어요. 5천명 가까이 오셨거든요.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요즘에 유가족 인터뷰집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나와서 북콘서트 다니고 있어요. 또 미국 동부와 서부에도 잡혀 있어요. 해외 동포들에게도 세월호 진상을 알리려하죠. 

사회자  개인적으로는 어떤가요? 도언 학생 오빠가 있는데요. 

어머님  도언이 오빠가 작년 6월 16일 군에 입대 했어요. 많이 후회가 됐어요. 왜냐면 도언이 보내고 전국서명 다녔거든요. 그래서 아들은 못 보듬어준 게 너무 후회가 돼요. 저도 한번씩 분노가 올라오는데…. 도언이 오빠를 한 번도 제가 안아주지를 못했어요.(눈물) 군대 가고 난 다음에 학부모들한테는 얘기 했죠. “우리 유가족 형제자매를 챙겨야 되겠다.” 생존자도 힘들지만 형제자매도 힘들어요. 형제자매들은 형제를 잃은 상실감 때문에 분노 조절이 더 안 되잖아요. 생존자들은 체계적으로 관리하지만, 형제자매들은 아직까지 그런 게 없어요. 그리고 애들이 ‘내 형제가 세월호 희생자다’라고 밝히는 걸 꺼려해요.  형제자매들을 잘 관리 안 하고, 치유 안 해주면 사회문제로도 부각될 수 있거든요.

강정훈  어머님을 오늘 처음 뵀는데요, 유가족 어머니들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얘기 들어보면, 주로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일에 열심히 다니시거든요. 그리고 형제자매와 남아있는 아이들 걱정을 하시는데요. 정작 내 자녀를 잃은 슬픔이나 그런 감정들에 대해서는 얘기 안하세요. 저는 그게 지금 어머니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제일 고통스러워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가 마지막이 어땠을까.’ 그런 상상을 계속 하시면서 고통스러워하시거든요. 마치 자신이 배 안에 있는 것처럼 느끼시고, 고통스런 연상들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 심리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이나 언론에서 배・보상 문제를 툭툭 던지며 물어보면 쉽게 상처를 입죠. 그 슬픔을 겪어가는 과정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유가족 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합니다. 이건 제가 전문의라고 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어디서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냥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 준다면 어디서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종교계, 특히 불교가 그런 정신적 내면적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종교잖아요. 

어머님  지금 어머니들 중 10% 정도는 안산온마음센터에서 치료받고 계세요. 대부분 치료 대상이지만, 엄마들은 세월호 진상 규명이 돼야지만 우리 심리치료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실이 안 밝혀졌는데 어떻게 치료가 되겠어요. 진실이 밝혀지면, 100% 밝혀지면 진짜 좋겠죠, 100%가 아니라 한 80%만 밝혀진다고 해도 엄마들 가슴에 애들을 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자  스님 어떠신가요? 세월호 관련해서 계속 활동하시고, 타종교인들이 활동하시는 것도 옆에서 지켜보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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