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의 노을을 가슴에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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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의 노을을 가슴에 품고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5.0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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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스님들의 라오스 여행기 ②

| 아쉬웠던 고산마을의 보시행
이번엔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한다. 7시간 걸리는 꼬불꼬불 난코스다. 여기저기서 멀미의 기색이 역력하다. 염불을 시작했다. 내 약한 목 상태는 멀미에도 치명적인가보다. 참다못해 염불 잘하는 도반스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불보살님 덕분인지, 염불 잘하는 도반스님 덕분인지, 아무튼 모두의 덕분으로 감사히 몽족이 산다는 고산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와 먼지를 풀풀 날리며 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준비해간 학용품 100세트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아, 이런…. 못 받는 아이들이 있다니.’ 노트와 연필을 많이씩 담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막급이었다. 엄마들을 위해서도 가방을 20개 정도 준비해갔는데, 눈을 반짝이며 손 내미는 그녀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야만 했다. 좋은 일을 하고도 마음이 이렇게 아프다니. 그래도 할 수 없다. 이미 때는 늦었으니 다음엔 더 철저히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여기저기서 아쉬움과 미안함, 안쓰럽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음에는 더 잘 준비해오자 약속하며, 이번에는 지혜로운 보시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하트마 간디가 어느 날 막 출발하기 시작한 기차에 뛰어오르게 되었대요. 그런데 뛰어오르다가 그만 신발 한 짝이 벗겨지고 말았답니다. 그때 만일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으세요? 간디는 속력을 내어 달리는 기차에서 나머지 신발 한 짝을 얼른 벗어 올라타면서 떨어뜨린 신발이 있는 쪽으로 힘껏 던졌답니다. 그때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이 왜 그렇게 하는지 물었어요. 그러자 간디 曰, ‘누군가 저 신발을 줍는다면 두 짝이 다 있어야 신을 수 있지 않겠소.’ 그랬답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지혜로운 보시가 아닐까 싶어요. 꼭 돈이 있어야만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도 경제적으로 넉넉한 분도 계시고, 어려운 분도 계실 거예요. 그럼 생각해보세요.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제아무리 잘 먹어도 하루 세끼면 충분해요.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누구도 두 켤레의 신발을 한꺼번에 신을 수는 없습니다. 나쁜 마음과 인색함은 쇠에서 생긴 녹이 쇠를 먹어가듯 우리 삶을 멍들게 할 뿐이란 걸, 우리 모두 잊지 말고 살아가야 합니다. 아시겠죠? 네, 그래요.” 우리는 서로 마음의 손을 잡았다.

라오스의 마지막 아침이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탁발하는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어둠이 짙게 남아있는 거리로 나왔다. 한 줄로 나란히 자리 잡고 앉았다. 스님들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공양물을 준비하는 우리를 향해 여기저기서 카메라 불빛이 터진다. 그런데 내 옆쪽으로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인가 보다. 한 사람이 “우리도 한번 해보면 안 될까? 그냥 체험이니까.” 했더니, 옆에 사람이 정색을 하며 “우리는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에 저런 짓 하면 안 돼요.”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출가한 사람들을 보고 공양을 올리고 싶은 마음은 종교를 넘어 누구에게나 있을 터인데, 그것을 가로막다니 저 또한 딱한 일일세.’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한 줄로 차분하게 앉아 기다리는 우리 일행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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