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주치의] 분노의 전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상태바
[마음주치의] 분노의 전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 김병수
  • 승인 2015.05.04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행병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분노조절장애는 사실 공식 진단 용어가 아니다. 간헐적폭발장애가 정확한 진단이다. 분노의 폭발이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발작적으로 일어나고, 이것이 반복될 경우 간헐적폭발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다. 특히, 충동적이며 폭력적인 행동이 자신과 타인에 피해를 입힐 정도라면, 이 진단을 고려하게 된다. 그런데 간헐적폭발장애는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병이다.

 

| 우리 시대, 분노라는 단어의 무게

어떤 사람이 화가 날 때마다 주변 사람에게 주먹을 휘둘러 댄다고 해서, 이것을 간헐적폭발장애라고 바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우선 분노가 폭발한 정황을 정확히 들여다봐야 한다. 정말로 화가 날 만한 상황이었는지, 표출된 분노의 강도가 그 상황에 적절한 수준이었는지, 분노 폭발을 보인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생겼는지,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의도에 지배를 받았는지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충족해도 간헐적폭발장애 진단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 혹은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에 의한, 판단력과 자기 조절 능력 결함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닌지 감별해야 한다. 인격장애에서 비롯된 폭력 행동일 수도 있으므로, 성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자기 조절 장애가 동반되는 신경과나 내과 질환이 숨겨져 있는지도 검사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간헐적폭발장애가 법적인 문제에 대한 면책 사유로 악용될 소지는 없는지, 세밀하게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하다. 돈 때문에 가족을 살해하고, 치정에 얽혀 불을 지르거나,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눈에 거슬린다고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대는 행동은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라, 범죄일 뿐이다. 죄책감마저 느끼지 않는다면, 윤리와 도덕의 결여이지 정신장애에서 원인을 찾아서는 안 된다. 면책의 사유가 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