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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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3.3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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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스님들의 라오스 여행기 ①

| 신발 끈을 느슨하게 매고
먼지가 뽀얗게 쌓인 여행 가방을 꺼내어 툴툴 털어본다. 이 얼마만인가. 나의 여행길. 한국으로 들어온 지 6년 만에 떠나는 그곳은 다름 아닌 요즘 대세 ‘라오스’다. 낡은 옷을 챙기고 세탁할 때가 다가온 옷가지들을 넣는다. 크크. 이럴 땐 게으름도 지혜의 방편이다. 여행 중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입고 버려도 좋을 법한 옷가지들만 꺼내어 촘촘하게 여행 가방에 개켜 넣었다. 이런 짐 싸기 노하우는 다년간 해외생활을 해온 나만의 비법이라 할 수 있다. 새것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편안한 여행을 준비하는 나만의 비결이니까.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나는 한껏 들떠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 여행가노라” 실컷 자랑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은 주책이었던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6년 만의 나들이 아닌가. 콧노래가 절로 났다. 어찌 보면 성지순례를 떠나는 일에 이토록 기갈 들린 사람처럼 흥분한 사람도 또 없을 테다. 그 정도로 나는 준비 단계부터 희희 낙낙했다. 여행의 아름다운 자극은 출발 전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준비는 바로 이것, 신발 끈을 느슨하게 매는 것! 허파로 들이쉬지도 단전으로 숨 쉬지도 않고 여행 중에는 오로지 발로써 호흡하리라. 신발 끈을 느슨하게 매고 자유로운 영혼들과 만나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자연을 사랑하리라. 또 얽히었던 생각들 모두 풀어버리고 바람처럼 걸으리라. 그렇게 하리라. 꼭!

엄동설한에 떠난 라오스는 더웠다. 밤늦게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입고 간 겨울옷 때문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했지만, 그래도 후끈한 열기가 공기 중에 남아있었다. 어두운 밤길이라 잘 보이진 않았지만, 버스에서 내다보니 군데군데 낯선 이국의 언어들이 그림처럼 보였다. 왠지 보기만 해도 혀가 꼬부라질 것 같은 둥근 모양의 ‘라오 문자’다. 그리고 우리나라 도심에선 좀체 찾아보기 힘든 야자수가 길가에 즐비하게 서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잠깐 눈을 붙였더니 어느새 멀리서 닭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아~ 드디어 라오스의 아침이 밝았다. 

낯설지만 익숙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라오스의 아침이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꽃들이 만발한 정원을 하하호호 수다를 떨며 산책한다. 산뜻한 공기에 밝은 웃음이 여기저기 울려 퍼진다. 요샛말로 ‘공기 반, 웃음 반’이다. 함께 떠난 나의 ‘영 패밀리(원영가족)’도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해피바이러스 감염자들처럼 마냥 즐겁단다. 나는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크게 벌렸다. 라오스의 아침을 포옥 껴안아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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