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주치의] 우울증, 왜 약으로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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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주치의] 우울증, 왜 약으로 낫지 않을까?
  • 강용혁
  • 승인 2015.02.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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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정말 마음의 감기일까? 감기에 감기약을 먹듯이, 그냥 우울증 약만 먹으면 낫는 병일까. 그렇다면 이렇게 쉽고 간단한 병인데, 왜 그토록 수많은 현대인들은 우울증으로 힘겨워하는 것일까. 그야말로 모순이다.

 

| 마음의 감기 vs 마음의 도피행각

“10년째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는 40대 여성 A씨. 상담 결과 시댁과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빠듯한 남편 수입에 시어머니와 시동생의 돈 요구를 감당하느라 매번 머리가 아프다. 장남인 남편은 ‘착한’ 아들과 형 노릇을 한다는 생각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최근에는 최신형 냉장고를 갖고 싶다는 노모의 말 한마디에, 남편은 A씨가 반찬값을 아껴 모은 비상금을 줘버렸다.

그러나 남편이 이렇게 잘 해주고도 늘 돌아오는 것은, 왜 더 못해 주느냐는 원망이다. 남편 또한 만성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수년전부터 시동생은 그나마 하던 일마저 힘들다며 아예 놓아버린 채 형에게 의존한다. 시어머니는 일찍 사별한 남편 대신 큰 아들을 의지하며, 재물을 많이 얻어내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한다. 대신, 이에 힘겨운 며느리는 눈엣가시 취급이다.

그러나 A씨는 성정이 여려 적극적으로 힘겨움을 표현하고 해소하질 못했다. 대신 우울증으로 도망쳐버린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고 여긴 순간부터 우울증이 자기 삶의 주인자리를 꿰차버린 것이다. ‘차라리 아파 몸져 누워버려야, 이 꼴 저 꼴 안 본다.’는 무의식이다. 결국 A씨는 “아픈 곳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해 지금은 안 아픈 부위를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라고 말한다. 10년째 약을 먹어도 마음의 감기라던 간단한 병이 낫지 않았던 이유다.

무엇보다 시급한 치료는 자신들의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는 것이다. A씨는 ‘나는 우울증이 있어서….’라고 결론내린 채, 약으로만 도피해왔다.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남편은 ‘나는 가족에게 희생적이고 착한 사람인데, 주변에서 모두들 나를 힘들게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울증은 약만 먹는다고 치료되지 않는다. 잠시 약기운에 취해 있을 뿐이다. 또한 밝은 음악을 듣거나,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세요.”라는 단순 지지만으로는 본질적 치료가 안 된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치료가 가능하다. 원인을 모른 채 ‘그냥 우울증이니까’라고만 덮어버린 채 약만 먹고 살면,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과 무엇이 다른가.

쇠에서 생긴 녹이 쇠를 먹어 들어가듯, 우울증이 내 삶을 통째로 녹슬게 한다. 현명한 우울증 치료는 “지혜로운 사람은 은세공이 은에 묻은 때를 벗기듯이 차례차례 자기 때를 벗긴다.”라는 법구경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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