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주치의] 피로사회의 전염병, 소진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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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주치의] 피로사회의 전염병, 소진증후군
  • 윤대현
  • 승인 2015.01.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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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찾아오는 마음의 허무감, 정말 내 삶이 허무해서일까?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막상 떠나도 마음에 안식은 오지 않는다. 왜일까? 이럴 때 혹시 뇌의 감성 에너지가 방전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 나도 소진증후군일까?

마음의 에너지가 다 방전된 상태를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이라 한다. 뇌의 에너지가 다 타버렸다는 것이다, 우리말로 소진증후군이라 한다. 소진된 개인이 모이면 피로사회가 된다, 역으로 피로한 사회는 개인을 소진시킨다. 개인과 사회시스템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다 보니 소진된 마음이 전염병처럼 늘어나고 있다. 소진된 마음은 근사한 사람에게서 근사한 마음을 빼앗아간다.

소진증후군이 찾아오면 세 가지 문제가 뚜렷하게 찾아온다. 먼저 의욕이 떨어진다.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의지를 동원해서 애써 봐도 동기 부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성취감이 떨어진다. 노력해서 무언가 목표를 달성해도 만족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이 현저히 결여된다. 공감은 남을 위로하는 능력이면서 내가 남에게 위로받는 능력이기도 하다. 내가 지쳤을 때 상대방에게 따뜻한 감성 에너지를 받아 충전을 해야 하는데 주는 것은 고사하고 받는 것도 잘 안 되는 마음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 때려치우고 어디로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스트레스성 뇌 피로증의 2단계 합병증이다. 요즘 전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대신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많고, 주말에도 집에 틀어박혀 시체놀이를 주로 하고 있는가? 회사든 사업이든 정리하고 조용한 곳에 내려가 쉬고 싶은가? 심리적 회피 반응이 온 것이다. 사람은 스트레스 원인에서 멀어져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데 이를 심리적 회피 반응이라 한다.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장기화될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요인과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두 가지 컬러의 한 객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연을 크게 한 여성이 심리적 회피 반응으로 스트레스 요인인 남자를 멀리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상처 치유와 마음 안정에 도움이 되나 이것이 1년 이상 길어지면 이성과의 관계에서 사랑받는 느낌을 다시 느끼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장기간의 회피 행동은 행복을 주는 요소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그 행동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

회피 행동이 길어지면 3단계 합병증이 나타나니 바로 행복에 대한 내성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스트레스성 뇌 피로증은 현대인에게 암 이상으로 아찔한 문제이다. 이전에 즐거웠던, 행복했던 일들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행복 과학의 연구 결과는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소한 것에도 잘 반응하는 뇌를 가진 사람들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진된 뇌는 일상의 행복은 잘 못 느끼게 되고 계속 ‘큰 것 한 방’만을 찾게 된다. 그런데 강도 큰 자극은 더욱더 내성을 일으켜 점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뇌 상태를 만들어 버린다.

 

| 뇌의 충전시스템을 발견하라

소진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뇌 안에 있는 충전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 열심히 살라 채찍질 하는 스트레스 시스템과 더불어 뇌에는 연민 시스템이라는 충전 시스템이 있다. 스트레스 시스템이 “아직 멀었어. 더 달려가. 아직은 쉴 때가 아니야.”란 메시지를 준다면 연민 시스템은 “넌 이미 근사해. 좀 쉬어가.”라는 메시지를 준다. 균형이 깨져 스트레스 시스템만 작동하면 소진이 오게 된다.

연민집중치료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뇌의 연민시스템을 활성화하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들어보면 그 방법이 허무하다, 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나를 촉촉하게 위로해 줄 수 있는 좋은 관계 자주 갖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 갖기 그리고 좋은 문화콘텐츠와 만나기. 다 아는 이야기고 심심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막상 내 삶을 보면 이런 것들과 멀어져 있다.

열심히 살다가 지쳐 병원을 찾아오신 분들께 “스트레스 관리 어떻게 하세요?”라 물으면 우물쭈물 대답 못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이다. 고민하다 “전 술도 못 먹습니다.”라 이야기하는 남자 분들도 있다. 그럼 말을 바꿔 다시 물어 본다.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를. 대답하시는 분들이 정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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