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밝히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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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밝히는 책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12.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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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뒷담화

글. 김선경(불광출판사 편집팀) 

“뭐로 보이나요?”원철 스님 산문집 표지를 두고 편집부에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여직원들은 한눈에 사람 얼굴이라고 답했지만 남직원들은 한결같이 “이게 뭐죠?”라고 되물었다. 그림의 눈, 코, 입을 짚어 주자 그제야 알아봤다. 남녀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답을 맞히지 못한 1명의 여직원과 제대로 답한 2명의 남직원은 성 정체성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놀림(?)을 받으며 소동은 끝이 났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종種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똑같은 언어나 상황에서 남녀의 전혀 다른 해석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수없이 목격하면서다. “그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라는 남자, 혹은 “그 사람은 정말 둔한 남자야!”라고 답하는 여자. 하지만 살다 보니 완전한 여성성도, 남성성도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자연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여성성과 남성성이 강화된 것일 뿐. 어쩌면 여성 속의 남성성, 남성 속의 여성성을 인정하고 겉으로 표현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는지. 

원철 스님은 산문집에서 ‘중도中道’에 관한 이야기를 줄곧 강조한다. 중도란 무엇에도 치우지지 않는 마음이다. 가만 보면 세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변주한다. 남자와 여자, 도시와 산속, 이동과 머묾, 감춤과 드러남, 피는 꽃과 지는 꽃……. 우리의 불행은 한 가지만 바라보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상에서 죽음을 생각한다면 그만큼 삶에 충실해지고, 잃었다고 낙담하지 않으면 경험을 얻는다. ‘중도의 지혜’는 인생의 어느 자리, 어떤 상황에서건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삶의 필살기인 셈이다. 하나에서 둘을 보는 마음의 눈 뜨기! 원철 스님을 가까이에서 지켜 본 분은 스님을 한마디로 ‘쿨 가이cool guy’라고 표현했다. 무엇에도 걸림 없이 생각의 이동과 변화에 막힘없이 자유롭다는 뜻이다. 하지만 스님은 이 또한 경계했다. “너무 쿨cool하면 콜드cold해집니다.”  

한 해가 끝나간다. 원철 스님은 이렇게 썼다. “겨울 준비로 김장을 했다. 배추걷이가 끝난 휑한 빈 산밭을 바라보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배추로서는 아름다운 마무리겠지만 김치로서는 새로운 시작이다.” 

배추의 죽음이 아니라 김치의 시작을 보라, 문득 머릿속이 환해졌다. 배추로서 끝낼 것인가, 김치로서 시작할 것인가.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가 던지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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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상・중・하
성철 스님 지음│382쪽장경각│각권 15,000원
성철 스님이 1967년 해안총림 초대 방장 추대 후 첫 동안거를 맞이하여 불교를 총체적으로 강설한 것을 엮은 책인 『백일법문』(1992년)의 개정증보판. 초판에 누락되었던 녹음테이프를 포함, 70여 개를 정밀 녹취해 빠진 부분을 채워 원음을 최대한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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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합시다 함께 삽시다
임어진 지음│김무연 그림144쪽│우리교육│8,500원
근현대사를 살아온 우리 시대 어른들의 삶을 담아낸 ‘우리 인물 이야기’ 시리즈 서른째 권. ‘화쟁’, ‘인드라망’이라는 화두로 생명과 평화의 삶을 살고자 하는 도법 스님의 삶을 그림과 글로 재미있게 풀었다. 도법 스님이 외치는 ‘부처로 살자’는 뜻을 잘 담아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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