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교판] 조계종이여! 정통 불법의 수호자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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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교판] 조계종이여! 정통 불법의 수호자가 되라
  • 조성택
  • 승인 2014.12.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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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계종단의 큰 어른으로 추앙받는 송담 스님께서 조계종에 희망이 없다면서 탈종을 선언하셨습니다. 스님의 탈종을 두고 불교계에서는 그 진의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에 내 의견을 하나 더 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에게 송담 스님의 탈종선언은 그 자체가 충격이라기보다 평소 의문을 품고 있던 조계종의 정체성에 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조계종과 수행가풍이 다르다고 탈종을 선언한 송담 스님은 조계종이 표방하고 있는 ‘전통적인’ 선 수행을 그대로 실천하시는 분이고 그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조계종을 탈종한다는 것은 세속법 상의 행정적인 절차일 뿐인가? 송담 스님이 ‘수행가풍’을 말씀하셨다고 하지만 일부 출가자들의 청정하지 못한 수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한편 조계종 출가스님들 가운데에는 전통적인 선 수행법이 아닌 다른 지역불교의 수행법을 따르고 신도들에게 지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조계종 스님으로 종단에 그대로 남아 있고 그러한 ‘이중적’ 정체성을 별로 불편해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분들에게 조계종이란 정체성은 ‘전통’이 아니라 일종의 ‘신분증’이나 자격증 같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송담 스님의 탈종사태와 함께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한다고 하는 조계종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으로 귀결이 됩니다.

| 조계종이 누리고 있는 ‘자산’과 짊어져야 할 ‘부채’

조계종은 선종禪宗입니다. 선종이 대승불교 전통에 속한다고 하는 것은 일견 상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선종이 곧 대승이라고 하는 등식이 자명하게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화엄, 중관, 유식, 정토 등 대승불교의 제 종파들은 대승이라고 하는 ‘전체’의 ‘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선종과 대승의 관계는 ‘부분과 전체’의 관계가 아닙니다. 선禪과 교敎의 대립 양상에서 알 수 있듯이 선종은 ‘불설佛說’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학적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수증론修證論에 있어서도 전복적顚覆的이라 할 만큼 여타의 대승전통과 불연속적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선종禪宗의 자기정체성은 배타적인 사자상승師資相承과 독점적인 전등傳燈의 계보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로 선종 스스로가 ‘진정한 대승’(혹은 최상승)임을 자부하고 그 형성과정에서도 대승이란 큰 강에 자신들의 물줄기를 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종이 곧 대승이라는 등식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불교계가 일본의 경우처럼 일정한 세력 균형을 이루는 다양한 종파들이 공존하고 있다면 조계종의 선종으로서의 정체성이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도 여러 군소의 불교 종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세의 비대칭성을 감안한다면 조계종단은 거의 유일무이한 한국의 대표종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조계종이 한국불교 일천 칠백년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바입니다. 이 점은 조계종단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산이자 부채입니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에 불교가 공식적으로 전래된 372년 이래 일천 칠백년 역사의 계승자로서 또 오늘날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으로서 조계종의 위치를 생각할 때 종헌과 종지가 표방하는 바 조계종의 선종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은 ‘선명’하다는 느낌보다는 ‘협소’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계종이 한국불교의 계승자이자 대표라고 하는 점은 조계종단이 누리는 일종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자산을 지키기 위해 짊어져야할 부채가 있습니다. 그것은 ‘선종’이라는 ‘선명한’, 그러나 협소한 자기정체성을 확장하여 한국불교사의 제종諸宗과 오늘날 한국불교인들의 다양한 관심을 다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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