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열展 - 깨달음, 그 길고 긴 수행의 시간 | 그때 그 사람
| 다재다능한 재주로 보물을 만들어 중생에게 베풀다
만불산의 지은이는 분명하지 않으나 이름을 밝혀 우리의 경탄을 마지못하게 하는 이가 바로 양지良志 스님이다. 스님은 집안이나 출신지가 어디인지 잘 모른다. 오직 선덕왕(780~784) 때에 활동했다는 점만 드러나 있다. 얼마나 재미있는 분이었는지, 『삼국유사』에 실린 전기 ‘양지사석良志使錫’ 조에는 저 유명한 지팡이가 시주 받으러 나간 일이 나온다.
지팡이 끝에다 포대 하나를 달아 놓으면 저절로 날아가 신도들의 집에 이르러 흔들리면서 소리를 낸다. 그러면 집에서 이를 알고 절에서 쓸 돈을 넣어주고, 포대가 차면 날아서 돌아온다. 무통장 입금이 따로 없다. 그래서 스님이 사는 곳을 일러 석장사錫杖寺라 했단다. 신령스러움의 극치이다.
전기에서는 이어 스님의 여러 가지 재주를 알려준다. 신기로운 기술도 비할 바 없었고, 글씨도 잘 썼다. 대표적인 것이 영묘사의 장륙삼존천왕상丈六三尊天王像과 법당 앞 탑의 기와, 천왕사 탑의 아래 팔부신장八部神將, 법림사의 중심 삼존불, 좌우 쪽의 금강신 등이다. 아울러 영묘사와 법림사 두 절의 현판을 썼고, 구운 돌로 작은 탑 하나를 만들었으며, 삼천불을 만들어 그 탑에 모시고 절 안에 두어 경배를 다했다. 이런 양지 스님의 행적을 두고 일연은 전기 밑에 이런 시를 붙였다.
예불 끝낸 법당 앞 지팡이는 한가로운데
가만히 향불 손질하며 단향을 피우네
남은 불경 다 외우고 나니 더 할 일 없어
불상 만들어 모시고 합장하며 우러르네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의 오명五明 가운데는 공교명工巧明 또는 공업명功業明이 있다. 공교는 오늘날의 수공업기술을 가리키는데, 이런 기술로 귀하고 뛰어난 보물을 만들어 여러 중생에게 베풀라는 것이다. 양지 스님 이야말로 이 공교명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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