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상태바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11.04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과 마음 맑히는 연근과 연근조림 주먹밥구이

1.png

 

 

연꽃과 연근은 한 몸이다. 단 한 송이만 피어도 온 마당이 향으로 그윽해지는 꽃. 유난히 연향이 멀리 퍼지는 것은 잡스러운 냄새를 먼저 제압하기 때문이다. 정화작용이다. 연근은 살아서는 연못의 물과 흙을 정화하고, 죽어서는 우리 몸을 정화한다. 꽃에서 뿌리까지 세상을 맑히는 본분사에 묵묵히 충실한 연蓮. 본연의 할 바에 진중한 사람을 만나면 무심코 연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런 연유다. 강원대 철학과 최훈(48세) 교수가 그랬다. 먼저 채식의 실리實利를 살피기보다 한 번쯤 채식의 윤리倫理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습관을 따를 것인가, 앎을 따를 것인가. 오래된 질문이다. 햇살 좋은 가을날, 최훈 교수가 25년 지기知己인 아내와 마주앉았다. 두 사람은 8년 전, 육식의 습관 대신 윤리적 채식을 선택했다. 그날 이후, 철학자도 그의 아내도 채식으로 차린 식탁 앞에 행복하다.

| 2만 년을 견뎌낸 씨앗의 생명력

연의 생명력은 놀랍다. 연의 씨앗인 연밥은 심는 대로 낙오 없이 발아한다. 1951년 일본 동경 인근 5m 깊이의 늪지에서 신석기시대의 카누가 발견되었다. 이 안에 연 씨앗이 들어 있었는데 연구결과 2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었다. 믿기 어려운 일은 그 다음이었다. 이 씨앗을 심었더니 싹이 나고 약 1년 뒤에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것이다. 

이적異蹟은 부엌에서도 일어났다. 송나라 때 어느 대관집 요리사가 선짓국에 연근을 빠뜨렸다. 한나절을 끓이고 저어도 선지가 엉기지 않았다. 연근이 이유였다. 이후 피가 탁해져 생기는 질환에 연근을 쓰기 시작했다. 연근에는 정혈淨血뿐 아니라 지혈止血, 생혈生血 작용을 하는 기특한 효능이 있다. 

연근, 하면 대구다. 생산지 40%가 대구에 있다. 연근은 여름이 덥고 일조량이 많아야 하며, 토질이 비옥한 습지에서 잘 자란다. 일조량이 많은 대구에서도 습지가 밀집한 동구 반야월 일대가 연근 재배로 정평이 나 있다. 전국적으로 연근 재배농가가 꾸준히 증가추세다. 연근 생산량은 20년 사이 세 배 가량 늘었고 10년 전과 비교해도 생산량이 곱절이다. 흥미로운 것은 재배면적이 생산량에 정비례해 늘었다는 점이다. 정직한 농사의 방증이다. 

연근의 주성분은 녹말, 즉 전분이다. 그래서 감자로 만드는 요리는 얇게 썬 연근으로 감자를 대신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근으로 끓이는 연근된장국, 연근을 튀긴 연근칩, 연근을 갈아서 부쳐내는 연근전 등이 대표적이다. 연근의 전분은 소화흡수가 되지 않는 식이섬유와 유사하게 작용한다. 이를 저항성 전분이라 한다. 당뇨의 식치食治에 연근가루를 쓰는 것은 바로 이 성분 때문이다. 사찰에서는 찹쌀가루를 묻혀 튀기는 연근부각, 갈거나 잘게 썬 연근을 쌀과 함께 끓이는 연근죽, 매실액으로 담그는 연근장아찌 등 담백한 연근요리를 주로 해먹었다. 

| 평범과 비범 사이, 연근조림 주먹밥구이

누구나 가장 익숙한 연근요리를 꼽는다면 단연 연근조림이다. 연근은 따로 손을 대지 않아도 썰어놓으면 그대로 꽃이 핀 듯 모양이 곱다. 살짝 데쳐 가볍게 졸이면 아삭함이 살아있어 좋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졸여내면 찰진 식감이 생겨서 좋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