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자비의 마음으로 전하는 위로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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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자비의 마음으로 전하는 위로와 용기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9.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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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

지난해 3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던 날 밤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한 할아버지가 바티칸 성당의 발코니에 서서 다음과 같은 첫 인사를 세상을 향해 건넸다. “보나세라Bounasera!” 우리말로 옮기면 “좋은 밤입니다!” 또는 “저녁 식사는 하셨습니까!”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 말은 일상의 평범한 이탈리아 인사말에 불과하지만, 그 속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 나눔과 소통이라는 소중한 가치
요즘은 가족끼리 한 식탁에 모여 앉아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드문 현상이 됐다. 자녀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경쟁하듯 바삐 식사를 하고, 아빠는 직장 동료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고, 자연스레 말벗이 없게 된 엄마는 텔레비전 앞에서 홀로 식사를 한다. 혼자서 음식을 먹으며 육체적 허기를 채우고,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정신적 허기를 채우는 것이다. 이런 우리들을 향하여 한국을 찾는 교황이 인사를 건넨다. “사랑하는 한국 국민 여러분! 좋은 밤입니다. 그런데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십니까?”라고. 
실제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식사를 제때 그리고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안의 삼독三毒에 빠져 가족과 이웃 간의 나눔과 소통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망각해버린 것이다. 교황의 꾸짖음처럼 “투자한 돈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마치 큰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걱정하지만, 수백만 명의 어린아이들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데도 그것은 아무 일도 아닌 듯” 살아간다. 삶의 가치를 망각한 채 욕망의 바다를 무작정 항해하던 우리 사회는 어느 날 ‘세월호 침몰’이라는 참담한 사건에 마주선다. 
‘배’는 종교적으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반야용선般若龍船으로 대변되는 불교의 배는 중생으로 하여금 미혹의 세계로부터 깨달음의 세계로, 차안으로부터 피안으로, 윤회로부터 열반으로, 예토로부터 정토로, 현상의 세계로부터 실재의 세계로, 유정의 경계로부터 붓다의 경계로 건너가도록 도와준다. 『금강경』은 이 배를 뗏목에 비유하여 설한다. 가톨릭에서 배는 노아의 방주가 대표적인데, 이 배는 신약으로 넘어와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를 상징하게 된다. 죄와 유혹이 넘실거리며 파도치는 세상이라는 바다를 건너 하느님 나라, 즉 인간의 본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교회라는 배를 타야만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배’가 이웃 종교와의 화합과 사랑을 실천하기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고처럼 “중심이 되려고 노심초사하다가 집착과 절차의 거미줄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리하여 자기를 비우고 내어놓기는커녕 성장신화에 급급한 나머지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자기만을 채우려 하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침몰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 받고 더럽혀진 교회”가 되자고 거듭 촉구한 것일 게다. 왜냐하면, “종교가 폐쇄적이면 부패하게 되고, 누군가 그 문을 열었을 때 악취가 풍길 것”은 자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상징으로서 ‘배’는 각 종교의 가르침과 공동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배는 또한 우리 자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8세기 인도의 학승인 샨티데바가 『입보리행론Bodhicaryāvatāra』에서 노래한 바처럼 우리 각자는 보리심을 일으켜 절망과 비참의 강을 건너고자 하는 이웃에게 ‘배’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각자는 이웃이 탈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두어야만 한다. 하지만 비우기보다는 더 많이 채우려고만 하고, 나누기보다는 더 높이 쌓아두려고만 하는 우리네 삶은 세월호 대참사를 통해 보듯이 언젠가는 침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들의 위기이다. 이런 즈음에 한국을 찾는 교황이 우리 사회 전반을 향하여 화두를 던진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우리의 손을 가난한 이웃들을 보듬을 수 있게끔 내어줌을 뜻합니다. 사랑하는 가족, 이웃과 더불어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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