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맛, 절집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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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맛, 절집 차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6.0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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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마주한 불교문화 | 차茶의 성지 해남 대흥사 일지암

| 차를 매개로 삶의 도리를 논하는 공간
우리나라 최초의 차 문헌부터 뒤져보자. 현존하지는 않지만 『삼국유사』(1281년 편찬)를 통해 전해지는 『가야국기』(2세기 편찬 추정)가 차에 대해 언급한 문헌으로는 최초다. 여기에는 지금의 인도인 불교국가 아유타의 공주 허황옥이 서기 48년에 배를 타고 가야국 김수로왕에게 시집오면서 차나무 씨와 차를 가져온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차나무 씨를 심었다는 곳이 김해다. 고려 때 허왕후의 차 이야기가 전해진 이후 시집가는 딸의 가마 안에 차나무 씨를 넣어 주며 뿌리 깊은 차나무처럼 살라 당부하는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졌다고도 한다.
384년, 백제에 불교를 전한 인도 마라난타 스님은 영광 불갑사, 나주 불회사를 창건하고 이곳에 차나무를 심었다. 스님이 불교와 차를 함께 전했던 옛 백제 땅 가운데 호남 지역에 현재 한국 야생차 80%가 자생한다. 신라 김교각 스님은 8세기 중국으로 구법여행을 떠났다 구화산에 정착했다. 스님이 차를 가져다 심어 신라식 덖음차를 만든 것이 중국의 『개옹다사』(1703년 편찬)에 나와 있다. 당시 차의 종주국이었던 중국에 차 문화를 전한 ‘문화 역수출’이었다. 
불교를 빼고 차 문화를 말할 수 없는 역사적 근거는 또 있다. ‘차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동다송』(1837년 편찬)이다. 이 책은 순조의 부마이자 최고 실세였던 홍현주가 초의 스님에게 “차를 알고 싶다”고 간곡히 청해 집필된 우리나라 최초의 다서이다. 초의 스님은 추사 김정희·다산 정약용 등 당대의 신지식인들과 차를 매개로 깊이 교유交遊했으며 다도의 중흥조이자 선다일미를 체득한 다성으로 불린다. 
해남 대흥사에는 초의 스님이 40세에 창건하고 열반 시까지 주석했던 공간을 복원한 일지암이 있다. 1979년의 이 복원불사는 차인들을 결집하고 현대의 차 문화를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사찰은 예로부터 차를 매개로 지식인과 민초들이 스님과 만나서 세간과 출세간의 도리를 논하는 공간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의미에서도, 일지암은 차의 성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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