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서 뿌리까지 온몸 내어주는 연蓮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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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서 뿌리까지 온몸 내어주는 연蓮처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5.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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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정토사 주지 선오 스님

마른 논에 앙상히 말라비틀어져 서있던 연이며, 남의 화단에 버려져 걸림돌만 되어있던 돌과 나무밑동, 요리하고 남은 무 쪼가리…. 당진 정토사의 차방에는 재미있는 물건들이 많다. 그것들의 원래 용도로 보았을 때, 그것들은 이미 제 쓰임을 다하고 진작 버려져도 마땅했을 것들이다. 그런데 더 이상은 아무런 것도 아닌 것들이 되어버린 그것들에게 나는 왜 자꾸 시선이 가는 걸까. 

|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의 재생에 봄을 맞이하다
돌과 나무밑동은 조그마한 화초들이 뿌리내리고 자라는 터전이 되어, 그렇게 서로 어여삐 어우러져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연도 이 방에서는 공간을 한결 운치있게 꾸며주는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다. 
물이 담긴 작은 소반에 태연히 자리 잡고 있는 무 쪼가리는 또 어떤지. 늦가을 무렵에 시래기를 만들기 위해 툭 잘려나간 자리에서 슬그머니 다시 생명이 움터, 마치 화초인 양 키를 뻗고 있는 무청은 관상용 화초로 보일 만큼 충분히 예쁘다. 그 곰살맞은 천연덕스러움과 속임수 아닌 속임수에 나는 그만 마음을 빼앗겨, 실실 웃음을 흘린다. “봄이야 봄!” 하며 어디선가 소곤대는 것도 같다.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의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재생再生에, 이미 성큼 와있는 봄을 그제야 실감한다.
“이쁘잖아요. 하나로 낱낱이 보면 다 이쁘죠. 꽃도 풀도 사람도. 하나씩 놓고 보면 다 귀하고 특색있게 생겼는데, 다른 것과 비교하는 분별심이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전혀 다른 것이 되고 말죠. 그 자체로 예뻤던 것이 못생긴 것이 되고, 모자란 것이 되고, 모난 것이 되고 말아요.”  
세상 것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선오 스님(정토사 주지)은, 농사지을 때 신도들에게 풀 하나 뽑지 못하게 해서 종종 잔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스님은 고집을 꺾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자기 나름대로 생명을 피우기 위해 긴 겨울을 기다려 세상에 나온 것을, 우리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우리 생각에 필요 없다는 이유로 쏙쏙 뽑아내 버리는 일이 미안할 따름이다. 어차피 질 때는 지고, 피어날 때는 알아서 피어나는 그 예쁜 것들을 굳이 왜 뽑아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세상에서 애써 뽑아내야 할 것이 있다면, 이것은 좋고 저것은 싫고 이것은 예쁘고 저것은 못생겼다는 분별의 마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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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요리해 먹는 즐거움 
정토사의 선오 스님은 연 전문가다. 연 농사꾼이고, 연 요리사이며, 연 전문 강사다. 꽃을 좋아할 뿐이고 꽃을 곁에 두고 싶었을 뿐인데, 그 마음 하나가 어느 사이 스님을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몸이 좋지 않아 꽃구경을 다닐 수 없어서 도량에 연을 심어보자 했죠. 돌이 많은 산간지역이라 논농사도 안 되고 밭농사도 어렵다보니 절 주변에도 연을 심어봤어요. 그랬더니 양이 많아져 농사꾼 아닌 농사꾼이 돼버렸죠. 수확한 것으로 요리를 하다 보니 요리사가 되어있고, 연에 대해 강의 좀 해달라고 해서 불려 다니다보니 연 전문가가 되었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알면 알수록 연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땅 관리도 되고, 보기에도 아름답고, 몸에 좋은 음식재료도 되고, 또 비만이나 불면증, 성인병에도 좋아 한방에서는 중요한 약재로도 쓰이죠.”
씨에서부터 꽃, 잎, 줄기, 뿌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연. 몸과 땅의 생명을 튼튼히 해주는 연의 그 향기는 꽃 한 송이만으로도 넓은 도량이 그윽해진다. 꽃이 지고 잎만 피어있을 때도 온 도량이 향기로 가득 채워진다. 
“연은 어떤 꽃에도 비할 수 없는 자태가 있어요. 잎도 넓고 꽃도 크고 하늘로 곧게 뻗어있는 자태도 그렇고, 고고하면서도 당당하고 품위있고 풍성한, 그런 여유가 있죠.”  
바람 불면 서두름 없이 일렁이며 그윽한 향기를 퍼트리고, 비가 오면 후두두 넓은 잎으로 빗방울을 받아들여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멀리 들려오는 웅장한 북소리처럼 마음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비와 연잎의 하모니를 선오 스님은 특히 좋아한다. 그것만으로도 연을 키우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으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정말 다양하다. 그러나 연이 흔한 것은 아니므로 사람들은 연으로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야 고작 연근조림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그리고 뭔가 조금은 복잡하고 어려운 요리법이라야 연 요리가 될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연 요리도 라면만큼 쉽고 간단하다. 
연근만 하더라도 그러한데, 선오 스님은 연근을 조림보다는 생채나 샐러드로 만들어 먹을 것을 권한다. 요즘철에는 쑥이나 민들레를 섞어도 좋다. 입맛도 살리고 봄의 원기를 회복하는 데 그만한 약이 없다. 그 외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해 먹는 음식 어디에나 연근을 섞어 조리할 수도 있고, 그것도 귀찮다면 생으로 썰어 한두 쪽씩 먹어도 좋다. 
연근을 가루로 만들면 일 년 내 먹을 수 있는데, 미지근한 물에 풀어 약 삼아 마셔도 좋고, 밀가루나 전분 가루를 조금 섞어 전을 부쳐 먹어도 좋다. 연잎은 연잎밥을 만들어 먹을 때 사용하거나 주로 차로 이용한다. 연줄기 또한 잘게 썰어서 덖으면 아무리 마셔도 부작용이 없는 무카페인 차가 된다. 탄닌 성분이 들어있는 연밥은 중화작용을 하기 때문에 하수구처럼 오염된 장소에 넣어두면 악취를 잡아주고, 이것 또한 볶아두었다가 차로 끓여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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