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주치의] 무통분만과 분유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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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주치의] 무통분만과 분유 권하는 사회
  • 장두석
  • 승인 2014.05.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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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로부터 생명을 잉태하고 나고 자라게 했던 자연스런 삶의 과정이 ‘의학적’이란 명목과 무통분만이라는 미명하에 상술에 의한 이윤논리로 대체되었다. 생명의 과정을 자연스레 삶 속에서 배우지 못한 현대인들은 사회가 심어준 막연한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삶의 주도권을 고스란히 넘겨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 불임률이 15%(부부 7쌍 중 1쌍)에 달하고, 자연유산율이 20%(임산부 5명 중 1명), 조산율이 15%(매년 2배 이상 증가), 사산하는 경우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 비정상적인 출산과 육아로 점철된 현실

건강보험관리공단 자료에 의하면 2011년 제왕절개 수술 16만여 건 중 양막 조기파열, 전치태반과 같이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는 2만여 건에 불과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이를 잉태하지 못하고, 임신을 유지할 능력이 현저히 낮아졌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출산의 과정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몸과 정신상태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엄마젖을 충분히 먹지 못하고, 소아과의 항생제 처방률은 56.39%(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근거)에 육박하고, 백신접종 의무국이 아님에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각종 예방접종이 자행되는 현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과 위험인자들…. 그렇게 아이들이 태어난다.

어미의 따뜻한 품을 빼앗기고 태어나면서부터 공포심을 느끼는 아이들. 분유로부터 시작되어 이유식과 각종 오염된 식품으로 절여진 몸. 어려서부터 생활습관병과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 온몸으로 뛰고 날고 하면서 자라야 할 아이들을 학교 책상 앞에 앉혀 놓기 위해서 ‘과잉행동장애’라는 진단을 내리고 아무런 주저 없이 정신과 약물을 먹이는 파렴치한 어른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정신도 피폐해진 아이들은 바로 우리의 미래다.

산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분만대에 다리를 고정시키고 옴짝달싹 못하게 누워있도록 하는 자세는 오직 의료진의 편안한 시술을 위한 자세일 뿐이다. 산모가 등을 대고 눕는 출산 체위는 사실상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충분한 산소 공급과 태반 배출을 어렵게 만들며, 중력을 이용한 자연스런 출산의 방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출산이 힘들어지고 출산 시간이 길어질수록 산모에게 진통제(무통분만)나 합성호르몬(인공 옥시토신)을 투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약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통증에 대해 더 효과적이고 자연스럽게 대처한다. 결과적으로 분만실의 각종 기계와 의료진, 밝은 불빛 등의 중압적인 환경과 무통분만을 위한 진통제의 사용, 자궁수축을 위한 인공 옥시토신의 투여는 출산의 과정을 더 어렵게 하고 태아의 상태는 급박해지며 결국 제왕절개를 선택하게 된다. 제왕절개는 정상 분만에 비해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5~10배나 높고, 분만사망률도 4배나 높다. 분만실의 환경, 분만대, 진통제나 인공 옥시토신의 사용, 제왕절개는 피할 수 없는 연관관계를 가진다.

아이는 정상적인 진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진통은 아이가 생존하기 위해, 세상에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오늘날 산모들은 자신이 당할 고통을 생각하고 그 고통을 피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하지만 그 고통이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그 고통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과정이란 생각을 못한다.

 

| 소젖을 먹이는 행위는 천명을 거역하는 일

고통을 겪지 못한 생명은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태어나는 것과 같다. 생명은 주위 환경에서 오는 고통을 끊임없이 이겨내면서 살아야 한다. 진통 과정에서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어야만 그 이후에 엄마 몸에서도 모유가 충분히 분비되며, 자궁도 빠르게 수축되고, 태반도 부드럽게 떨어져 나온다.

진통은 산모의 몸을 건강하게 하며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위한 몸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준다. 엄마의 양수 속에서 따스하게 보호받던 환경에서 벗어나 이제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온몸 세포 구석구석에 새기는 과정이 바로 진통의 과정이다. 흙으로 반죽한 그릇을 세상에 내보내려면 뜨거운 불에 굽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불에 굽지 않고 그냥 물로 반죽하고 모양만 만든 그릇은 그릇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흙에서 그릇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바로 진통이다. 흙이 불에 달궈지는 고통을 이겨내야 온전한 그릇이 되듯이, 태아는 진통을 이겨내야만 세상을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된 개체가 될 수 있다. 진통을 박탈당한 아이는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며, 불에 굽지 않고 내보낸 흙그릇과 같은 것이다.

자연분만은 가장 자연스런 출산 형태로 출혈이 적고 회복기간이 빠르며 몸에 후유증이 없다. 여성은 아이를 낳고 몸이 새롭게 태어나는데, 분만 후 산후조리가 잘 되면 그 만큼 건강할 수 있다. 한편 아기는 자연분만으로 산도産道를 통과하면서 10개월간 구부리고 있던 몸을 펴고 척추를 곧게 하여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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