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아름다운 정신으로부터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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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아름다운 정신으로부터 빛난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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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78호 입사장(入絲匠) 홍정실

가을이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만 바라봐도 설렘이 이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 좋은 계절, 삶의 고단함은 잠시 잊고 아름다움에 푹 빠져 탐미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을 수놓은 자연의 아름다움도 좋고, 음악・미술・문학 등 예술 세계로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만나보는 것도 의미가 깊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아름다움을 뽐내는 전통 금속공예 ‘입사(入絲)’는 하마터면 과거의 유물로 사라질 뻔했다. 홍정실(66) 입사장의 애끓는 열정이 있었기에, 전통을 넘어 현대적인 입사 공예의 아름다움이 세상에 탄생할 수 있었다.

 
| 운명처럼 찾아든 입사와의 인연

홍정실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아름다운 물건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온통 마음을 빼앗겨 이리저리 돌려보고 만져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한 성향은 고스란히 미술과 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졌고, 자연스럽게 전공도 미대(서울여대 공예과)를 선택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수두룩한 만큼, 알고 싶고 체험해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대학을 다니던 60년대 중후반은 우리나라에서 현대미술의 발아기라고 할 수 있다. 순수미술과 구분해 공예미술, 산업미술, 장식미술 등 응용미술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그림도 그려보았지만, 호기심 많은 여대생에겐 새로운 미술 장르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목공, 염직, 서예, 사진, 패키지 디자인 등에 심취하여 두루두루 섭렵해 나갔다.
그녀는 1969년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면서 금속공예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 현대적 금속공예가 막 문을 여는 시기, 금속공예는 신선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금속이 뿜어내는 독특한 미와 고귀함에 매료되어, 대학 은사인 권길중 교수로부터 본격적으로 금속공예 기술을 연마한다. 금속공예를 배워가며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입사와의 인연은 운명처럼 찾아든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여대에서 미술교육을 강의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 한 과목을 강의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강의 준비를 했어요. 매일같이 학교 도서관과 동숭동 한국디자인센터를 드나들었죠. 세계의 미술 및 디자인 현황을 볼 수 있는 잡지와 카탈로그도 수집하고 교육 자료도 만들며 정말 바쁘게 지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고개를 들었는데, 서고에 꽂힌 한 권의 책이 눈에 확 들어오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일어나 책을 꺼내 들었죠. 예용해 선생님이 쓰신 『인간문화재』란 책이었어요. 그 책을 빌려 집에서 꼬박 밤을 새워가며 읽어내려갔죠. 잊혀져가는 전통문화의 자취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장인의 예술혼과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며 무언가가 뇌리와 가슴에 섬광처럼 꽂히는 거예요. 온몸에 전율이 흐르며 ‘이것이 내 할 일이구나’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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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공간(Space of Thinking)

2009 | 335x135x120mm | 작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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