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장 임선빈
그의 인생과 북 이야기는 그야말로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우리의 애잔한 현대사의 아픔을 관통하며 최고의 북을 만들기 위해 바쳐온 53년의 세월, 미니시리즈 10부작 분량은 족히 나올 법하다. 소아마비와 청각장애라는 중복장애를 딛고 최고의 북 장인으로 우뚝 선 악기장 임선빈(64) 선생을 만나본다.
사물놀이북
| “오늘부터 북 만드는 거 배워라”
임선빈 선생은 1949년 충북 청주에서 3남 6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6.25전쟁 때 피난을 가다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를 절게 되었다. 비록 몸에 장애는 있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유복했다. 그러나 딱 11살 때까지만이었다. 직원 30명을 거느린 철공소 사장이었던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면서 가족은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야반도주하듯 도망쳐나와 터를 잡은 곳은 서부이촌동의 한강다리 밑 쓰레기 매립지였다.
한 사람이라도 먹을 입을 줄이기 위해, 막내인 그는 근로재건대에 맡겨졌다. 낮에는 넝마주이가 되어 종이를 줍고, 저녁에는 깡통 들고 밥을 얻으러 다녔다. 집에 있어봐야 허구한 날 굶기 일쑤지만, 그나마 찬밥 한 덩어리라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날마다 무지막지한 구타가 이어졌다. 다리가 불편하니 동작이 느려 종이 수거량도 얻어오는 밥도 적을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매질로 돌아왔다. 하루는 귀를 잘못 맞아 급기야 오른쪽 귀의 청력을 잃게 되었다.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