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
도 닦기가 어렵다고 말하는데, 사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오직 간택을 꺼릴 뿐이다. 간택이라는 것은 분간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단지 증오하거나 애착하지만 않는다면, 툭 트여서 명백하다. 결국 지극한 도를 깨치려면, 증오심과 애착심만 쉬면 된다. 그래서 “쉬는 것이 깨달음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깨달음이라는 게 뭘 새로 얻는 게 아니라는 거다. 깨달음은 얻는 게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얻으면 그것이 얻는 것이지만,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그렇다. 우리는 자성, 불성, 공성을 이미 가지고 있다.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또 얻는가? 얻을 수가 없다. 왜 그런가? 온 세상에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충만해 있고 남에게도 충만해 있고 우주에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우주가 거기서 나왔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얻겠는가? 그것은 마치 바다 속에 있는 물고기가 바다를 얻으려고 하는 것과 똑같고, 허공을 날아다니는 새가 허공을 얻으려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허공에서 태어나 허공에서 날다가 허공에서 죽는데, 허공이라는 게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바다 속에 사는 물고기가 바다라는 게 뭔지를 찾아다니는 것과 똑같다. 왜 그런가? 우리는 성품자리에서 일어나서 성품 속에서 살다가 성품자리에서 죽는다.
죽든 살든 상관없이 누구나 다 이미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얻는 게 아니라 쉬어주기만 하면 된다! 고정관념을 쉬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 고정관념 중에 제일 큰 것이 증오하거나 애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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