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대원사 사찰음식
밥 짓는 연기가 낮게 깔린 가을 오후, 산청 대원사에서 만난 밥상은 어린 시절 엄마의 ‘밥 먹으러 오너라’라는 목소리에 달려가면 날 기다리던 그 밥상을 닮아 있었다. 스님의 손맛을 담은 도토리묵, 누렁호박전, 고들빼기 무침, 간장송이, 더덕고추장구이, 산초장아찌, 들미나물 무침, 영양밥, 토란들깨국으로 차려졌다.
고향이 경상도 김해의 어느 시골이다. 그곳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것이 30년 전이다. 한 반에 스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각 학년에 한 반씩밖에 없었으니 전교생이 100명 남짓 됐다. 겨울이면 조개탄 대신 장작을 땠다. 학교를 파한 후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울려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다. 오르간도 한 대밖에 없었다. 음악 시간이면 남학생들이 다른 반으로 가 오르간을 옮겨오곤 했다. 미술시간이면 동네 저수지나 들판으로 그림을 그리러 나갔다. 풀밭에 앉아 스케치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그림을 그렸다. 수업을 마쳐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내처 놀았다. 자치기를 했고 술래잡기를 했고 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다. 노는 데 시간이 부족했던 적은 있었지만 놀 거리가 없지는 않았다. 해가 뉘엿해지고 멀리서 엄마의 ‘밥 먹으러 오너라’라는 고함 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집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민들레를 다듬고 있는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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