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아 버키의 선禪 수행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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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아 버키의 선禪 수행 체험기
  • 청안 스님
  • 승인 2014.02.07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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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선 수행을 하게 된 행운

이곳 유럽 사람들에게 선불교는 독특한 동양의 수행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선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안토니아 버키Antonia Berki 역시 선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원광사에 찾아온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루마니아 트랜실바니아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석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 이곳 원광사에서 본격적으로 수행을 시작한 전형적인 유럽인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선 수행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과 생각을 잘 보여주고 있어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 동양인을 닮고 싶어 하던 아이

저는 선禪이라고 하면 ‘순간’ 또는 ‘자연스러움’, ‘바로 이렇게’ 같은 말들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아시아’라는 단어도 생각납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내가 어떻게 지금 이곳에 와 있게 되었지?’라고 되물으며, 참으로 길면서도 또 엉켜있던 제 인생의 실타래를 떠올려 봅니다. 여기까지 저를 인도한 과정은 삶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들과 제가 접한 상황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굽이굽이 인생길에서 지금까지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친절한 사람, 불친절한 사람, 관대한 사람, 독선적인 사람, 그리고 여러 다른 종교의 사람들,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중엔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일등공신들이 있었고, 스치듯 짧은 인연이었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연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너무나 기쁜 상황들만큼 때론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고, 어려움을 경험하고 때론 생명을 위협받은 절대 잊지 못할 일들도 있었습니다.

선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는 아시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나는 추억 하나가 있습니다. 그 시절 저는 동양인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에 거울을 보며 손가락으로 제 눈꼬리를 주욱 잡아당기곤 했지요. 옆으로 길게 찢어진 그 눈모양이 너무 예뻐 보여, 잡아 당겼던 손가락을 놓은 후에도 눈이 계속 그렇게 생겼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추억은 중학생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교과서를 넘기다 두 페이지를 가득 메운 만리장성을 보고 꼭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때 루마니아는 개방 직후였어요. 그런데 바로 옆 나라로의 해외여행은커녕 다른 대륙을 방문한다는 것은 부자들이나 운이 좋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평생 이룰 수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수없이 아시아를(물론 만리장성도 포함해서) 오가며 여행하고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을 예언하는 것 같았던 세 번째 기억은 여러 번 반복해서 꾸었던 꿈입니다. 많은 무술인들에게 둘러싸여 그들과 일대일로 겨루거나 한 번에 여러 명과 대적하는 꿈이었는데, 아직도 가끔 이 꿈을 다시 생생하게 꾸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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