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따라 마음 따라] 질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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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따라 마음 따라] 질투난다
  • 혜민 스님
  • 승인 2011.09.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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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따라 마음 따라

햇빛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 우리 집에 있다가 큰집에 가면 완전 딴 세계에 온 것만 같았다. 일단 냄새부터가 달랐다.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려면 우리 집과는 다른 좋은 향기가 났다. 게다가 현관문 근처에는 내가 평소에 가지고 놀고 싶었던 농구공, 배구공, 자전거 같은 것들이 가득했고 거실로 들어서면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편한 소파와 유명작가의 판화 그림이 벽에 잘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내가 그렇게 배우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피아노가 손님방에 놓여 있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넓은 공간을 아버지의 형이 가지고 산다는 것이 나에게는 항상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아픈, 질투의 경험

큰아버지 가족이 몇 년 동안 미국에 살다 와서 그런지 사촌들과 나 사이에는 큰 강이 자리 잡고 있는 듯 했다. 사촌들은 그 강의 건너편에 서서 우리 형제에게 손을 내미는 제스처를 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집에 가도 나는 항상 내 동생과 놀다가 오곤 했다. 어떤 이는 왜 먼저 사촌들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없는 자가 있는 자에게 손을 먼저 내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가난하게 살았던 콤플렉스에서 어느 정도 해방이 되어 이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 큰집은 나에게 매우 힘든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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