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법구
지리산에 들어와 살면서 지난 10년 동안 족히 3만 리는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이유는 4대강 문제 등 다양했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이전에 언제나 ‘걷는다’는 과정이 날마다 소중했다. 결과보다 과정으로서의 길 위에는 언제나 길동무 혹은 스승 같은 도반이 있었다. 수경 스님과 도법, 연관 스님이 늘 가까이 있어 고행을 자처하거나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도 ‘지금 바로 여기에서’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자세로 행복할 수 있었다.
전국 이곳저곳을 도보 순례하는 동안 수경 스님이 천막 속에서 날마다 강조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조고각하(照顧脚下)였다. 한 수좌가 각명(覺明) 선사에게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如何是祖師西來意].” 하고 묻자 “네 발밑을 보라.”고 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이른 새벽에 먼저 일어난 수경스님이 순례단 천막 옆 공중화장실에서 누런 변기를 닦는 것을 엿본 적이 있다. 이러한 스님의 ‘댓돌 위의 신발부터 똑바로 놓으라’던 낮은 목소리는 자주흐트러지는 신심에 죽비를 내려치는 일갈로서 모골이 송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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