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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법구] 무조건 행복하라, 행복에는 조건이 없다내 마음의 법구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는 마조 선사의 중요 명제 중 하나로서 ‘평상의 네 마음이 바로 도’라는 뜻이다. 나는 마조의 이 알듯 모를 듯한 평상심의 뜻이 오래도록 궁금했다. 평상심이 도라니, 지금 내 마음이 바로 부처의 마음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약하고 조악한 내 마음과 마조의 평상심은 같지 않았다.

어찌해야 도에 이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마조는 “선악 등 대상에 대한 분별에 끄달리지만 않게 되면 누구라도 도를 닦는 사람”이라고 한다. 도란 힘겹게 좌선을 하고 계율을 지켜야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중생과 부처라는 분별마저 끊어진 바로 그 마음에 있다는 것이다. 무상(無常)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인연화합물이라는 입장에서 보자면 한 마음이지만, 마조의 평상심과 불타는 집착과 애증으로 아프게 흔들리는 나의 평상심은 결국 다른 것이었다. 즉, 본체[體]는 같지만 그 작용[用]이 다른 것이다.

나는 늘 무언가를 구분하고 살아왔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만큼 그 반대의 것들을 혐오했고, 열정적인 만큼 차가웠다. 항상 이것과 저것 중에 좋고 싫은 것을 가렸으며, 온갖 구실과 근거를 동원해가며 나의 선택이 최선이었노라 스스로에게 합리화하길 쉬지 않았다. 그렇게 평생을 따지고 사느라 내 마음은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마조의 평상심과 내 평상심의 결코 닿을 수 없을 무량(無量)의 간극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흘러서였을까. 나의 평상심이란 오직 분별과 애착에 사로잡힌 내 무지한 감정의 시시비비였음을 가슴 뜨겁게, 뼈저린 눈물로 돌아보게 된 날이…. 우리는 행복을 갈망하며 행복하기 위해 또 무언가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것을 버리고 저것을 취하는 선택의 과정과 결과 속에는 결코 행복이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를 내세우지 않는 무아(無我)와 일상생활 가운데 모든 사려(思慮)가 끊어진 자리에 있다. 행복에마저 집착하지 않는 그 마음이 진실한 행복인 것이다.

요사이 나는 부쩍 죽음을 생각하는 때가 많아졌다. 문득문득 죽음과 정겹게 마주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요즘 나는 참 행복하다. 그 어느 날 나의 죽음 역시 저 노을의 일처럼 얼마나 소소하고 무의미하며, 그저 쓸쓸하되 찬란할 터이냐. 이제 더 이상 남이 만든 조건에 따라 울고 웃고 싶지 않다. 아프면 아프면서 행복하고, 슬프면 울면서 행복하면 그만이다. 원망하고 집착하는 마음 다시없어, 그래서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외롭고 괴로워서 가슴 찢기면 찢어지는 대로 행복하면 그만이다. 한 마음 편하면 그만인 것이다.

마조의 평상심이란 무조건 편하고 행복한 마음이다. 조건 따위와 상관없이 행복한 마음이다. 아니 모든 조건을 넘어 다시는 그 어떤 조건에도 끄달리지 않는 마음, 본래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이다. 어차피 눈물겹도록 청량하여 더욱 고독한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도대체 매 순간 몰록(단번에 깨우침)행복하지 않고 다시 무얼 할 것인가.
부처란 다름 아닌 분별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이므로. 무조건 행복한 이 마음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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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리
 1995년 「민족예술」에 ‘가구를 옮기다가’ 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4년 첫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를 출간했으며, 2010년 ‘제비꽃 서민 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해인사 승가대학, 원광대 동양학 대학원불교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다.

 

박규리  bulkwang_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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