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손길
“전쟁 때 최전방에서 기관총 사수 보직을 받고 북한군을 많이 살상했어요. 그때는 국가를 위해서 자랑스런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참 가슴 아픈 일입디다. 그것 말고는 살아오면서 특별히 가슴에 부끄럽거나 빚진 일이 없는데, 인생의 말년이 왜 이토록 참혹한지 모르겠네요.”
박성백(80세) 할아버지의 말끝에 긴 한숨이 섞여나온다. 잠깐의 대화에도 힘겨워하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조돈호(75세) 할머니가 그 동안의 안타까운 사연을 풀어놓는다.
전쟁이 끝나고 군에서 제대한 할아버지는 그 이듬 해 중매로 할머니를 만나, 결혼해서 슬하에 4남매(2남 2녀)를 둔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할아버지는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했다. 고물상을 하며 알음알이로 수입품을 떼어다 행상을 했다.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그럭저럭 먹고 살만 했다. 그러다 37세 때 지인의 소개로 남대문시장 경비로 취직이 되어, 17년간 일하게 된다.
“그만 둘 당시에 남편이 경비 반장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부하직원이 물건을 빼돌리다 걸려 시장이 발칵 뒤집혔지요. 그때 남편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나오게 된 거죠. 이후엔 나이도 있고 받아주는 곳도 없어, 실직 상태에서 노동판을 전전하게 되었지요.”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