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울수록 그의 어머니 모습은 뚜렷이 부각되어 온다.
바른손에 염주를 드시고 왼손에 버들가지 잡으신 자비로우신 모습.
“나는 이 세상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불효를 저질렀다.”
그는 이렇게 외치며 통곡했다.
“부모에 불효한 자가 어떻게 나라에 충성하랴? ··· ”
그는 이렇게 울부짖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울음을 그치고는 어떻게 하든 부모님께 끼친 불효의 죄과를 먼저 씻어야겠다고 깊이 뼈에 새겨 다짐하기도 하였다.
이튿날.
집을 지키는 행랑할아범을 불렀다.
“불러 계십니까. 도련님.”
서당의 조부적부터 이 집에 들어와서 이미 육순이 넘은 하인영감은 서당을 도련님이라 불렀다.
“그동안 매우 적적하게 살아오셨소그려. 앞으로는 어떡하시렵니까?”
“어떻게 하다니요. 도련님 모시고 살읍지요.”
이 행랑할아범은 슬하에 한점, 혈육도 없이 단지 내외간에 쓸쓸히 살아왔던 것이다.
그는 서당의 조부모와 부모님 산소를 정성껏 보살펴 왔음을 물론이요 조부님이 나라에서 하사받은 전답과 임야도 잘 맡아 관리하여서 일년내내 곳간에서 곡식이며 생활 필수품 등이 늘 가득했고 산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뻑뻑하게 들어차 있었다.
행랑 할아법은 잉피공이 승천한 뒤 언제인가는 돌아올 서당을 기다리는 것으로 그의 생활의 전부를 삼았고 또 서당을 기다리는 것이 자기 책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간밤에는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잉피공의 만년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죄다 들려 주었다.
“어르신께선느 마지막 눈을 감으시면서 언제인가는 도련님이 오실 것이니 그때까지 집과 재산을 잘 지키라고 이르셨습네다.
그리고 곳절(古尺寺)에 기별하여 원광법사를 모셔다가 시다림(尸多林)을 하도록 분부하셨지요.”
“아 그러셨군요. 법사님께서 다녀가신 얘기는 저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행랑할아범은 문자 그대로 충직(忠直)한 사람이었다. 주인 없는 재산이건만 단 서푼어치도자기 것으로 만든 일이 없었다.
“나는 출가하여 중이 될까 합니다만 ···”
여러 가지 이야기 끝에 비로소 자기 심중을 밝혔다.
“아니? 서방님이 중이 되신다고요? 그러면 이 집은 어이하시고요? 또 후사에 대한 것은 어이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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