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법구] 내려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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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법구] 내려놓아라
  • 나희덕
  • 승인 2009.12.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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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법구

여러 해 전 시인들 몇이 종림 스님과 짧은 여행을 한 적이 있다.

함께 다니는 동안 스님은 조용하면서도 소탈한 성품으로 우리를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사실 나는 여행을 다닐 만큼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아니었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빚에 시달리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던 시절이었다.

친구들이 나를 불러낸 것도 아마 좀 쉬면서 머리를 식히라는 배려였을 것이다. 나 역시 애써 웃으며 여행의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얼굴에 드리운 그늘까지 숨길 수는 없었던 것일까. 바닷가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난 후였다. 일행들이 바다 구경을 나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간 사이에 종림 스님이 나에게 넌지시 말씀하셨다.

다 내려놓으라고. 감당할 수 없는 것까지 감당하려 하지 말라고. 내려놓고 고요히 기다리면 언젠가는 지나간다고.

내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을 남의 집 불을 들여다보듯 할 수 있으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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