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다실] 24호 불광다실
상태바
[불광다실] 24호 불광다실
  • 관리자
  • 승인 2009.12.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10월이다.  계절의 물감은 산과 들과 하늘까지도 온통 황금빛으로 바꾸어 준다.  그리고 이 골짜기 저 들탄 저 산마루 위에 알찬 결실을 차곡차곡 담아둔다.
  그토록 목타게 하던 여름날의 가뭄, 그리고 장마를 잊은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그리고 산들바람 하늘가에서 하늘가로 이 골짝에서 저 들판으로 부드럽게 흘러가던 가을, 이제 그 모두가 여기 알찬 수확을 가져왔다.  봄에서 지금까지 땀방울로 이어진 농부의 생활이긴 했다.  자연과 싸워 억척스럽게 일을 했다.  하지만 한강이 말라 상수도원이 고갈되고 발전량이 줄어 절전을 소리높이 외치던 우리에게 비하여 하룻밤 사이의 폭우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제 산에서 산으로 그 사이에 널려진 풍성한 수확을 앞에 높고 그동안에 수많은 은혜앞에 경건이 머리숙일 뿐이다.
  10월, 자연의 고마움 속에 인간의 의지를 엮어보는 이즈음이다.  가슴을 영원한 저 푸른 하늘에 열어 보자.

  ♣ 부처님께서는 길가에 흩어져 있는 뼈무더기에 이마를 조아려 예배했다.  우리가 기나긴 생애를 반복하여 오는 동안 그 누가 아버지가 아니였으며 어머니가 아니었으며 조상이 아니었던가.  모두가 한 핏줄에 엉겨진 형제이니 이 뼈무더기가 어찌 조상의 뼈 아니라 단정하겠는가.  부처님깨서 삼계대사이시기 전에 온 중생이 한 핏줄에 엉겨 있는 형제인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 뼈무더기에 절을 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여러가지 종류의 불우한 사람들이 있다.  경제발전과 사회의 변동은 새로운 불행들을 만들어내기도 한 것이다.  그 중에도 부모를 잃은 어린 생명들.  그는 진정 특정된 어떤 부모의 자식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어린 것들이다. 원래로 한 핏줄이니 나의 자식이요, 원래로 한겨레의 후손이니 우리의 것이요 원래로 우리라는 오늘의 공동체의 생명이니 우리의 형제다.  결코 어떤 자선가 손에 맡겨져야 할 운명은 아닌 것이다.  근일 정부는 불우아동돕기를 온 동포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 운동이 우리를 잇는 뜨거운 인간애. 동포애. 형제애에 의하여 큰 성과 거두기를 기원하여 마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참으로 그늘진 저들에게 햇빛을 주고 움음을 찾게하는 데서 참된 부처님 공양을 성취한다 하신 것을 새삼 기억한다.

  ♣ 불법은 생각이나 말이나 이론 이전의 구체적 생명을 근본으로 한다.  그러므로 그 수행은 이론적 학습이 아니라 진리의 주체적 파악에 있는 것이며, 구체적 실현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수도가 있고 수행이 있다.  그런데 수행의 참뜻을 모르고 수도의 형상에 집착하는 생활은 마땅이 문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참된 수도는 이것이 만고의 불법생명을 잇는 것으로써 이것이 최상공덕임은 아무도 부인 못한다.  그에게서 진리의 강물은 끝없이 흘러나오는 것이며 말 한마디 없는 저들의 수행에서 하늘 땅을 덮는 큰 설법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불교는 하산을 외치는 소리도 벌써 오래된 이야기다.  그러나 불교의 하산은 거리를 누비는 행사일 수는 없는 것이다.  불법의 진실생명에 처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참된 수도에는 입산도 하산도 없다.  자성산에 처함은 입산이요, 자성행의 전개는 하산이라고 할지 모르나 본시 자성일물의 동용 밖에 딴 물건이 없으니 불법을 논의하는 입이 좀 무거웠으면 하는 생각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