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고전] 임간록(林間錄) : 욕도 법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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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고전] 임간록(林間錄) : 욕도 법문인가
  • 석주 스님
  • 승인 2009.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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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의 고전/ 林間錄

    ꊱ 광음을 아껴라

  석두(石頭)대사가 참동계(參同契)를 짓고 그 끝에 말하기를 『삼가 공부하는 이에게 말하노라. 세월을 헛되게 보내지 말지어다.』 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안(法眼)선사가 주(註)를 붙이기를 『그만두어라. 은혜가 커서 참으로 갚기 어려우니라.』하였다. 법안선사는 참으로 옛 성인의 마음을 보았다고 할 것이다. 법부중생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망상으로 인하여 전도(顚倒)함으로써 스스로의 밝은 광명을 덮어버린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때를 놓친다. 이것을 헛되이 세월을 보낸다고 하는 것이다. 도를 아는 사람은 다름이 아니다. 능히 그 마음을 잘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주(趙州)선사가 말하기를 『모든 일은 옛 법에 의지하라. 종래의 여러 성인들은 옛 법 가운데서 얻지 못한 것이 없느니라.』하였고 대지도론(大智度論)에 이르기를 『중생의 심성(心性)은 날카로운 칼과 같다. 중생들은 그것을 가지고 진흙을 벤다. 진흙을 베어 이루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다만 나날이 칼만 무디어진다. 도리의 체(體)가 항상 묘하지만 중생은 스스로 보지 못한다. 그러나 능히 이것을 잘 쓴다면 곧 본묘(本妙)와 계합하게 된다.』 하였고 수능엄경에 이르기를 『부처님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금실(琴瑟)이나 공후(箜篌)나 비파(琵琶)가 묘한 소리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을 잘 타는 손가락이 없다면 마침내 소리를 낼 수 없는 거와 같다. 너희들 중생도 또한 그와 같나니 보배로운 깨달음의 참마음은 모두에게 원만하다. 그런데 여래가 손을 움직일 때는 해인삼매(海印三昧)의 광명을 발하지만 그대들이 잠시 마음을 일으키면 곧 번뇌 망상이 먼저 일어난다.」』하였고 또 『만약 어떤 사람이 부처의 경계를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그 뜻을 허공처럼 맑게 하라. 망상과 모든 견해를 멀리 여의어서 마음이 향하는 바에 모두 걸림이 없게 하라.』하였던 것이다.

    ꊲ 욕법문

  황용남(黃龍南)선사는 석상(石霜)의 자명(慈明)선사를 찾아갔다. 석상에 이르러 산 아래 여인숙에서 잠시 쉬었다. 거기서 듣자 하니 자명노인의 언행이 심히 거칠다고 한다. 남선사는 거기까지 찾아온 것을 후회하고 절에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남악(南嶽)의 복엄사(福嚴寺)에 이르렀다. 그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서기를 맡아보게 되었는데 별안간 장로가 열반에 들었다. 그래서 군수는 후임으로 장명선사를 모셨다. 자명선사는 부임하여 설법하는 중에 제방 공부인들의 여러 옳지 않은 견해들을 낱낱이 설파하는 것을 들으니 자신이 평생 힘들여 공부하였던 그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크게 탄복하고 정성을 기울여 도를 묻기로 하였다. 찾아갔으나 세 번을 꾸지람을 들었다. 남선사는 물러서서도 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날이 밝자 다시 찾아 올라갔다. 그러나 자명선사가 여전히 험한 말로 욕을 할 뿐이었다. 마침내 말하였다. 『제가 찾아 뵈온 것은 다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와서 묻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지식은 마땅히 방편을 베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가르침을 받을 수 없고 오직 욕만을 하시니 어찌 이것이 옛 성인의 법을 가르치는 법식이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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