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스님이 들려주는 절집 이야기
지난해 봄에 피아니스트 노영심 씨한테서 연락이 왔다.
“스님, 제가 매년 5월 17일 날 연주를 하는데 올해는 미황사 작은 마당에서 하면 안 될까요?”
“아, 그래요? 정말 좋은 일입니다. 소나무로 지어진 자하루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사람들은 대웅전 계단이나 응진당 처마 밑에서 저녁노을을 보며 은은하게 경내를 감싸고도는 피아노 선율을 듣는다면 참 멋진 풍경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더구나 노영심 씨라면 최고의 연주를 해주리라 믿었기에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서 나는 한 가지 욕심을 내었다. 연주회의 주인공은 언제나 연주자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절에서 만큼은 그 통념을 바꾸고 싶었다. 묵묵한 달마산이나 단아한 대웅전, 나무와 새들 그리고 한가로이 도량을 거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연주자는 멋진 풍경 속에서 선율을 들려주는 보조자 역할에 머물러 그 공간에 함께 하는 모든 만물이 다 주인공으로 조화를 이루는 무대를 꿈꾸었던 것이다.
상상으로는 멋진 풍경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퍼포먼스일 수도 있는 계획이었다. 내 뜻을 전해들은 노영심 씨가 전적으로 동의해주어 우리는 예정대로 연주회를 열었고 당시 공연을 가감 없이 녹음하여 음반제작까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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