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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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수상
  • 관리자
  • 승인 200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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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저는 지금 직장생활을 정년퇴직으로 물러나서 비교적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 읽지 못했던 책도 뒤적이고 또 때로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서 원고청탁을 받기도 합니다마는 대체로 하루 놀고 하루 쉬는 그런 게으름 속에서 있다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처지에서 원고를 청탁받는다는 것은 그때마다 다소 느닷없다는 느낌인데 이번에는 어리둥절김에 쓰기로 해놓고 나서야 이내 당혹스러운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명색이 불자로 행세는 하고 있습니다마는 막상 절대 다수의 독자분이 청정한 수행을 하고 계실 스님이나 또는 신행이 돈독하실 불자님들일 것을 생각하니 불도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이 흡사 부처님께 설법이라도 하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기실 저의 불가와의 인연은 어려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대여섯 살 무렵일 것으로 생각됩니다마는 할머니에 이끌려서 자주 절엘 다녔습니다. 그때만 해도 어린 마음에 오색으로 단청된 우람한 법당이며 향내가 물씬하여 조금은 어질어질해도 마음대로 뛰놀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마루며 사가의 분위기와는 사뭇 이색진 절의 정경이 신기하기도 하고 좋기도 했던 아득한 기억 속에서 선연합니다.

   특히 수미단 높이 모셔진 금빛 나는 사람의 형상이며 극채색으로 덮인 후 불탱화 속의 여러 수상한 인물들의 도열은 조금은 겁이 나는데도 밤마다 할머니를 졸라서 듣던 옛날 이야기와는 다른 임장감 있는 동화의 세계를 펼쳐주어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무어니 무어니 해도 절에 가는 기쁨은 거기에 군것질거리가 푸짐했던 일입니다.

  저를 재가상좌로 삼아주신 은사스님께서 자애로운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언제나 벽장 속에서 곶감이며 유과, 강정, 떡, 과일 등속을 무시로 꺼내주시는 데 재미를 붙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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