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앞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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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앞뜰
  • 관리자
  • 승인 2009.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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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내가 일을 보는 사무실은 번화가에 있는 고층건물 6층이다. 그러므로 내가 앉은 자리에서 노상바라 보이는 것은 높고 낮은 빌딩의 숲이 끝없이 번져나간 도심의 살벌한 풍경이지만, 바로 창 아래에 조계사(曹溪寺)를 내려다볼 수 있는 아취 때문에 하루 낮을 보내는 마음이 한결 쇄락하다. 일을 하다가 문득 지친 눈을 창밖으로 돌리면, 우람한 대웅전의 푸른 기와지붕이 선뜻 시야에 와 닿으며 시원한 그늘을 지어준다. 항시 문이 닫힌 솟을대문에 수문장을 그려놓은 단청빛깔도 그러하거니와, 절의 이쪽 경계를 막아 높다랗게 둘러친 고풍한 돌담이 제법 고궁(古宮)의 뒤안같은 호젓한 옛 정취를 자아준다. 도회의 한가운데서 잠시나마 이런 멋스러운 분위기에 젖어본다는 것이 얼마나 희한하고 흐뭇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언제나 눈여겨 내려다보는 곳은 그러한 풍치보다 본당 앞의 별로 넓지 않은 뜨락이다. 그것이 잔디밭이거나 화단으로 꾸며진 뜰이었다면 나의 눈길을 그처럼 자주 이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뜰 가운데에 아름드리 노목 한 그루가 떨기차게 서 있을 뿐, 그림의 여백처럼 하얗게 비어 있는 뜰이 여간 마음을 안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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