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던 겨울바람도 영축산 통도사에 이르니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듯 불보종찰(佛寶宗刹) 통도사의 햇살은 유난히 따사로웠다. 푸르디 푸른 노송림, 그 솔바람 향기에 마음을 빼앗기며 조계종 종정 노천월하 큰스님을 찾아 뵈었다.
통도사 정변전(正徧殿)에 주석하고 계시는 노천월하(老天月下) 큰스님은 앳살보다 따사롭게 다가왔다.
“날씨도 추운데 먼 걸음을 했구먼. 어서들 들어오세요.”
큰스님은 편안하고 자비로웠다. 사실 종단의 최고 어른스님을 찾아뵙고 말씀을 여쭙는다는 것 자체에 적지않은 부담감을 갖고 있었는데, 그 미소, 그 말씀만으로도 잔뜩 움츠렸던 기자의 마음이 봄눈 녹듯 풀어졌다.
―스님, 건강은 어떠신지요?
“그저 근근이 지내고 있어요. 요새야 나이가 여간 많지 않아서는 많다고 할 수도 없고, 내 나이에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편이지요.”
―제가 뵙기로는 좋아보이시는데요.
“그렇지도 않아요. 사람은 다 나이가 들면 체력도 떨어지기 마련이고 박력도 줄기 마련이지요. 어디 사람뿐인가. 짐승도 나이를 먹으면 조그라들다가 죽고, 나무도 늙으면 모자라져요. 크는 데 한계가 있지. 이파리가 더 이상 무성해지지도 않고, 오던 새들도 안 와요.
자연의 이치가 그런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이치를 모르고 ‘나는 와 이런고’하면서 애면글면 속을 태우다 보면 그게 병통이라. 요즘 사람들은 그런 것을 보고 스트fp스라고 하던데, 우리는 예전에 우수사려(憂愁思慮)라고 했지요.”
―네, 요새 현대인들 중에는 스트레스성 질병을 앓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위해 한 말씀해주십시오.
“스트레스가 됐든, 근심스러운 생각을 자꾸 하는 우수사려가 되었든 다 자기가 하는 것이에요. 안 해도 될 것을, 또 해보았댔자 해결될 수도 없는 것을 자꾸 근심해서 스스로를 옭조이거든. 그게 문제라, 결국 스트레스를 덜 받기(스트레스는 분명히 남이 주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심) 위해서는 마음공부하는 방법밖에 없지.”
―스님 말씀을 듣다보니 불교는 마음의 종교라는 말이 얼핏 생각납니다. 스님, 어떻게 하면 마음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요?
“불법지재세간중(佛法只在世間中) 이세멱불구토각(離世覓佛求兎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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