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오호지리 바라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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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오호지리 바라지리
  • 최원규
  • 승인 2009.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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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나 혼자 있을 때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는 입산(入山)하셨고 어머니께서 이웃에 마실이라도 가면 , 나는 무서워 혼자 안절부절 하였다. 한여름 지붕에 참새 떼들이 모여 시끄럽게 울어댈 때면 으레 처마 끝에는 한 길은 넘는 누르스름한 구렁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제 스스로의 몸뚱이를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꿈틀거리며 서까레 사이를 서서히 지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간담이 서늘해진다. 원래 연약하게 타고 난 체질에다 마음마저 연약한 나는 그 구렁이의 징그러운 몸짓을 바라볼 수도 없고 안 볼 도 없는 어렵고 무서운 처지에서 식은땀을 흘리곤 했다.

적막한 산골, 대낮에도 뻐꾸기 소리가 들리고 장끼나 까투리가 푸득이며 우는 소리가 들려오면 더욱 바다 깊은 속에 홀로 가라앉은 듯 외롭고 무서움이 엄습해 왔다. 오뉴월에도 방문을 쳐닫고 가만히 천정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천정의 무늬가 구렁이로 보이고 때로는 악마가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악마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며 도깨비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도깨비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럴 때 나는 눈을 꼭 감고 견디다 못하여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뛰어 나온다. 마당엔 건장한 수탉이 암탉을 대여섯 마리 거느리고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하다가 뛰어나온 나를 맞아 놀란 듯이 나를 응시하며 고개를 곤두세우고 서서히 나에게 다가 오는 모습을 발견할 때, 나는 또 더욱 간담이 서늘해서 방으로 쫓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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