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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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의 자유
  • 관리자
  • 승인 2009.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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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심 연작소설

오랜만에 외출했던 강여사는 길에서 우연히 남편 친구인 이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한때 유수한 일간지에서 사회부기자에서 차장, 부장으로 이름을 드날렸는데 요근년에는 메스콤을 떠나 호텔경영을 맡아보고 있었다.

"오랜간만입니다. 바쁘시지 않으면 같이 차나 한잔 하시지요." 이선생은 겉치레 인사가 아닌 간곡한 어조로 이렇게 청을 했다. 그런 그의 청을 받은 강여사는 가만히 고개를 들러 이선생 얼굴을 바라 보았다. 작은 체구이기는 하지만 그의 몸에선 언제나 당당한 자신감이 넘쳤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무엇인가에 쫓기고 있는 것같은 초조함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 강여사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면서 "그러시죠" 하고 그의 청을 받아 들였다. 두사람은 빌딩지하에 있는 다방으로 들어가 차를 주문한 후에 이런 저런 형식적이 인사를 나누다가 "참 부인은 안녕하신가요?" 하고 강여사 쪽에서 먼저 부인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이선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네" 하면서 대답을 얼버무렸다.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표정뒤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그런 그의 표정을 지켜보고 있는 강여사로서는 다시한번 속으로 '무슨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선생은 혼미한 시국에 대해 우려를 표하다가 "강여사님은 요즘도 절에 나가십니까?" 하고 화제를 돌렸다. 갑자기 엉뚱한 질문을 받은 강여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네" 하고 분명히 대답했다. '절에 나가십니까?' 라는 질문에는 절에 자주 가느냐는 말보다는 불교를 믿고 있으냐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가정에 별일이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이선생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커피 한모금을 마시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다행이라는 말속에는 약간의 부러움도 숨겨져 있었다.

"부인한테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강여사는 이선생 얼굴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아서요...." 이선생은 다시 찻잔을 들어 커피 한모금을 마셨다. 초조할 때 담배를 피우면서 초조함을 달래듯이 그는 지금 커피를 마시며 자신의 초조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 것같았다.

"건강이 얼마나 안좋은데요?"

"밤에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잘 정돕니다."

"네에"

강여사는 할말을 찾지 못한체 그와 마주앉아 있었다. 섣불리 위로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선생 부인은 여자다운 속성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는 그야말로 여자다운 여자였다. 얼굴도 예쁠뿐 아니라 표정속에는 애교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남편뿐 아니라 남편 친구들한테도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서 남편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고 가구와 장식품을 요리조리 배치해서 집안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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