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와 사찰 그리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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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와 사찰 그리고 소설
  • 관리자
  • 승인 2009.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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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한담

   벌써 봄이 한참이다. 산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웃고, 들에는 겨우내 침묵을 깨고 새농사의 활기가 일며, 길 옆에는 개나리가 수줍게 웃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산에 바닷가에 휴식을 착아 나서리라. 정다운 가족이나 친지와 같이, 아니면 다정한 연인과 함께 배낭을 가볍게 메고, 산곡이나 승지강산(勝地江山)을 찾아 봄기운을 마음껏 즐기며, 새로운 도약을 꿈꿀 것이다.

   사실 등산이나 관광처럼 즐거운 일은 별로 없다. 가깝게 서울 근교나 멀리는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수많은 산들은 언제나, 고달파 산을 찾아 오는 사람을 반긴다. 언제나 가봐도 새롭게 보이는 도봉산이나 밋밋하면서도 싫증이 나지 않고 믿음직스러운 수락산, 춘천과 의암의 호반을 의연히 굽어보고 있는 삼악산(三岳山), 설악과 속리의 여울물이 흐르고 흘러 만나는 양수리의 두 강물을 굽어 보는 운길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산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그런데 이러한 산에는 반드시 거쳐야 할 안식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계곡 깊이 파묻혀 있으면서도 새로운 삶의 호흡에 잠시 발을 멈추고 숙연하게 하는 사찰(寺刹)이다. 도봉산에 오르는데 천축사나 망월사를 거쳐 가지 않을 수 없고, 수락산은 내원사를, 운길산은 수종사를, 내연산(內延山)은 보경사(寶鏡寺)를 거쳐야 그 산에 가는 진미를 맛볼 수 있다.

   한국의 산은 어디를 가거나 사찰이 진좌(鎭座)하고 있어 산성(山聲)을 높이고 있다. 그것은 산세가 좋아서 사찰이 들어 섰는지 미륵의 역사로 산이 이루어져 사찰이 안좌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산과 사찰은 그 덕성을 어울러 같이 하고 있다. 설악산은 신흥사나 백담사가 있어 더욱 외설악과 내설악의 절경이 빛나고, 오대산은 월정사가 진좌하고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하며 가야산은 해인, 지리산은 화엄사가 있어서 더욱 빛난다. 무주구천동의 덕유산에 백련사가 없거나 계룡산에 동학사나 갑사가 없으면 이가 빠진 호랑이 같아서 아무 볼품도 없으리라. 그러기에 불심의 발원이 모아지는 사찰은 수도로서의 불교의 도장일 뿐만 아니라 산수와 어울려 불교문화를 융성케하는 성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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