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라스행 기차가 남으로 남으로 내달린다. 엊저녁에 뿌네를 떠나 하루 동안 꼬박 달려왔지만 아직 목적지는 멀다. 이글거리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지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지에 어둠이 내린다. 어느 새 눈썹달이 떴다. 음력 초닷새는 지난 듯 다소 살이 올라 노란색이 더욱 선명하다. 무엇이든 어린 것은 밉지 않다. 따지고 보면 흙덩이에 불과할 저 눈썹달조차도 그렇다. 아름답다는 말은 곧 선하다는 말일 것이다.
홀연 왔다 문득 가는 것이 삶이라면, 그것이 삶의 실상이라면, 삶의 면면이 찰나 아닌 것 없고 처음 아닌 것 없다 할 것이지만, 처음보다는 처음 아닌 것이 더 많은 것이 범부의 삶이요, 나의 모습이다. 이러한 나의 삶에 마드라스는 대단한 처음이었다. 서름 살이 넘도록 외국으로는 인도가 처음이었고, 그 중에서도 마드라스 였으니 보는 것마다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새롭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이곳에서의 두 해는 실로 늘 처음이고 늘 새로운 것이었다. 최초는 최고와 일맥상통한다.
이번에 마드라스로 가는 것은 남인도의 불적을 돌아보기 전에 우선 마드라스의 콘네마라 박물관을 보는 것이 순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은 남인도, 특히 나가르쥬나콘다 계곡과 인드라 지방의 불적지에서 나온 수많은 유물들을 보관하고 있다. 마드라스에 도착한 날로부터 연 사흘동안 이 박물관을 드나들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다른 여러 고고학 박물관에서 맺힌 한을 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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