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 큰스님을 찾아 뵙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스님 계신지요?” 하는 기자에게 “아, 내가 비룡이요,”하시는데 뜻밖의 쩌렁쩌렁한 음성에 놀랐다. 1901년 4월 8일 생이신 비룡 큰스님의 세속 연세는 96세, 수자상을 여의셨음이실까?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한 음성이 퍽 인상적이었다.
설레이는 마음 안고 찾아뵌 노스님의 미소는 미소년보다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을 천진도인이라 칭하는 이유를 첫눈에 알 것만 같았다.
-스님, 그저께는 월정사에서, 어제는 대구에 가셨다는 말씀을 듣고, 오늘 약속대로 이곳 상연사 (산본 수리산 소재)에서 뵐 수 있을까 약간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뵙게 되어 기쁩니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활발히 다니시는 스님의 건강이 무척 부럽습니다. 저희 젊은 사람들도 지방나들이를 다녀오면 지치는데 스님은 전혀 지쳐보이질 않으십니다. 혹 건강의 비결이라도 있으신지요?
“비결은 무슨 비결, 그런 것 없어요. 그저 마음 편하게 먹고 욕심을 줄이면 저절로 건강해집니다. 그리고 우리 스님네야 이러저러 잡다한 번뇌망상도 없고 물 좋고 산 좋은 데 사니 자연 건강할 수 밖에 없지요.”-번잡한 세속에 살다보니 마음 편하게 갖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어떻게 마음 공부를 해야 되는지요?
마음공부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하기가 힘들어져요. 나이가 많아지면 그에 비례해서 잡념과 욕심도 많아지고 분별심도 깊어지게 마련입니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부지런히 정진해야 합니다.
거울에 때가 끼면 사물을 밝게 비춰 보지 못하듯이 마음도 마찬가지로 번뇌망상의 때가 끼면 자기 마음을 자기가 못 보게 됩니다. 수행해서 자잘구레한 티끌을 끊어버려야 해요.
마음공부는 근기에 따라 선수행, 염불수행, 사경, 진언송주 등 방법은 여러 가지 있어요. 일반인들에게는 염불수행을 권하고 싶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노는 입에 염불한다’는 말처럼 염불해서 삼매에 들 정도가 되야 해요. 그러면 늘상 편안하고 고즈넉한 마음으로 여여하게 지낼 수 있지요.
-스님의 건강과 평온하심이 다 그 마음자리에서 온 듯싶습니다. 그런데 화식을 하지 않으시고 벽곡(적송피, 솔잎 따위와 여러 재료를 섞어 말려 꿀로 개어 다식같이 만든 것)을 하셨다는데 그것 역시 건강의 비결이 아니신지요?
“그건 또 어디서 들었누, 내 벽곡을 몇십년 했는데 요즈음에는 못하고 있어요. 담석수술을 세 번이나 하는 바람에 힘이 좀 떨어져 그 후로 줄곧 화식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벽곡을 할 때는 몸이 좀 가벼웠는데 화식을 하고나서부터는 무거워지더군요.”-웬만한 사람은 너무 거칠어서 입에 대지도 못할 정도라는데, 특별히 벽곡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십니까?
“스님네를 운수납자라 해요. 구름처럼 물처럼 떠돌아다니며 수행하는 떠돌이가 바로 스님들이라. 떠돌이 생활 편케 하기 위해 시작한 거지요. 산중에서 편안히 수행할 수 있고, 신도에게 폐 안 끼치고, 시주은혜도 덜고... .”
-몇 년 전 제주도 고방림 병원에서 담석 제거수술 하실 때 마취를 안 하고 하셔서 화제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아프지는 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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