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요』 이 한 마디 만큼 다양한 뜻을 갖고 있는 말도 드물 것이다. 그에 따른 억양, 표정에 따라 「몰라요 」는 갖가지 뉘앙스를 풍긴다. 솔직히 몰라서 그 말을 할 때는 그 사람의 표정과 억양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모른다는 말 속에 여러가지 심정을 은닉해 놓고 있을 때는 듣는 사람의 마음 속도 혼란스러워진다.
보육원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나는 서먹서먹해 하는 아이들에게, 내 딴엔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하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대부분의 나의 말에 간단히 「몰라요 」로만 응대하였다. 한두 번 들었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으나, 아이들마다 물어볼 때마다 조건반사로 나오는 묘한 억양의 「몰라요 」는 정말 나를 난감하게 만드렀다. 그때마다 나는 「이해하자 」, 「참자 」를 수없이 되뇌었다. 늘 정에 주려 있는 이 아이들과의 생활을 경심했을 때, 남남간의 공동생활이 여느 가정처럼 화목하거나 행복하리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지칠 줄 모르고 외면하는 데는 달리 묘안이 없었다.
참 많이 어렵고 힘들었다. 여러 어른들 속에서 길들여진 아이들은 서툴고 경험 없는 낯선 어른을 다루는데 노련했다. 아이들은 구경꾼이고, 그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간 나는 원숭이처럼 재주만 부리곤 했다.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나는 물 위에 뜬 기름같이 겉돌고만 있었다. 평범한 나의 행동거지가 번번히 무시되거나 어긋날 때는 울화도 치밀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길이 누가 시켜서도, 권해서도 걷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어떤 고난도 달게 받으리라며 참고 견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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