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심어준 산사(山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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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을 심어준 산사(山寺)
  • 관리자
  • 승인 2009.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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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수상(信仰隨想)

   청년불교운동을 벌리겠다던, 그러나 이렇다 할 실속도 없이 요즘 말로「폼만 잡았던」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물정도 몰랐던 그때가 그랬기 때문에 더욱 애틋하고 순수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순수한 체험은 오늘날 나에게 확실한 신앙의 뿌리를 내리게 했던「모티브」가 되었다.

   쌍계사(雙磎寺)는 지리산 동남쪽에 자리잡은 신라 진감국사(眞鑑國師)가 창건한 도량(道場)으로 6조 혜능조사(慧能祖師)의 진골사리(眞骨舍利)가 모셔져 있다. 그러나 그 무렵 나는 사찰의 개산조(開山祖)라든가 골동적(骨董的), 혹은 사적(史的)인 관찰보다는 젊음에 어필해오는 산의 양감(量感)에 더 들떠 있었다.

   아침을 먹은 후 나는 법당에 들어가 예배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는 간단히 산 구경이나 할 셈으로 법당 뒷산을 타고 올라갔다. 법당 뒤의 나지막한 산을 오르고 나니 그 위에 또 하나의 산이 얹혀져 있었다. 나는 그 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때는 5월, 신록이 가져다주는 간지러움까지 겹쳐 나의 기쁨은 충만되어 있었다. 때로는 험준한 계곡을, 아슬아슬한 벼랑을 끼고 또 하나의 산을 정복하고 나면 그 위에 또 하나의 산봉우리가 손짓을 보내오고 있었다. 실눈으로 나에게 눈웃음을 치면서 오라, 오라, 끝내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나무 가지에 매달아 놓은 등산객들이 다녀갔다는 빨간 표지의 글씨를 읽으면서, 군데군데 공비들의 유적을 더듬으면서 등산로를 찾아 자꾸만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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