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이 계셨으니까요. 송암 스님은 제게 부모 같은 스승이셨습니다. 저는 스님을 어린아이처럼 따라다녔고, 우리 스님은 그저 따라다니기만 해도 공부가 되는 스승이셨거든요. 차를 타서도 걸어갈 때도 비행기에서도 스님은 염불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스승을 보면서 어떻게 힘들다고 불평하고 다른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저 배우고 익히며 살아온 세월이었습니다.”
송암 스님은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보유자로 지정된 이 시대 최고의 어장(魚丈: 범패를 가르치는 스님)이다. 범패(梵唄: 불교에서 재를 올릴 때 쓰는 의식 음악)를 배운 지 석 달 만에 남을 가르치고 10년 과정을 단 2년 만에 완성했을 정도로 타고난 범승(梵僧)이었다. 스님은 재능만 타고난 것이 아니라 노력도 타고났다고 한다. 악보 없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것이 범패인 만큼, 행여 음을 놓칠 새라 행주좌와 어묵동정하며 본래의 음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했던 이가 송암 스님이다. 그만큼 송암 스님의 제자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동희 스님은 특별한 제자였다. 유일한 비구니 제자였던 까닭이다.
“송암 스님이 청량사 스님들에게 염불과 의식작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자주 찾아오셨는데요. 저는 배울 자격도 아직 안 되서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저 문 밖에서 귀동냥해서 혼자 연습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를 보시고 염불을 시켜보시데요. 과히 못하진 않았는지 열세 살 때부터 스님 따라다니며 배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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