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5일 성도절 전야, 부다가야의 마하보디대탑 뒤의 보리수 아래 앉았다. 부처님이 대각을 이루신 자리라는 생각을 하니 감회가 깊었다. 이 자리에서 철야 용맹정진으로 깨달음을 얻겠다는 다짐을 거듭해 보았다. 내일 새벽 샛별을 보며 일어설 때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넘치리라. 이런 희망을 품고 자세를 바로잡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밤 9시가 되자 대탑과 성지의 출입문이 닫히면서 통행이 금지되었다. 이튿날 새벽 4시가 되어 문이 다시 열릴 때까지는 아무도 출입을 못한다. 뒤쪽으로 약 5미터 떨어져 있는 담장 너머로는 개 짖는 소리가 몹시 크게 들렸다.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면서 손이 시리고 얼굴이 차가워졌다.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던 모기는 그 수가 점차 늘어나 벌떼처럼 달려들어 쏘아댄다. 그래도 참아내며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이따위 마군에 흔들릴 수 없지” 하고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 애쓰며 모든 집착을 놓아보려고 했지만 고통을 참기 어려웠다.
이 밤을 위해 2년을 준비했다는 환갑도 지나고 경험이 많아 보이는 비구를 쳐다봤다. 커다란 천으로 얼굴까지 모두 감싸고 편안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매년 성도절에 철야정진을 해오다 출가 60주년 기념으로 오늘 밤 여기 왔다는 비구니를 보니까 담요로 온몸을 포근히 감싸고 머리와 얼굴은 숄로 덮고 있었다. 저렇게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나는 참 준비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가진 것이 뭐 있나 찾아보다가 점퍼 옆 주머니에 든 손수건 하나를 꺼냈다. 그것으로 얼굴을 가리고 긴 자락으로 머리통을 감싸 뒤통수에 대고 묶었다. 그런데 이것이 참 신기할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모기도 쏘지 않을뿐더러 보온 효과까지 탁월했다. 한 꺼풀 천으로 가렸는데도 피부에 한기가 닿지 않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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