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도성(都城)에 네 부인을 가진 장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 제일 부인을 가장 사랑하여 앉았을 때나 섰을 때나 일을 할 때나 휴식을 할 때에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매일매일 목욕을 시키고 한서(寒暑)에 따라 입고 싶은 옷을 사 입히고, 가고 싶은 곳에 데리고 가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이는 등 실로 자기 생명과 같이 총애하였다.
제이 부인은 천신만고로 다른 사람과 싸워서 얻은 처로서 항상 좌우에 시봉을 시켜 말벗을 하였으나 제일 부인보다는 사랑하지 않았다.
제삼 부인은 가끔 만나 위로하기도 하고 하소연을 하기도 하였으나 같이 있으면 서로 싫증이 나고 떨어져 있으면 서로 생각이 나는 사이였다.
제사 부인은 거의 노비와 다름이 없었다. 모든 궂은일은 다하고 어떠한 어려움에 처하여도 남편의 뜻을 어기지 않고 열심히 일하였다. 그러나 남편으로 부터는 하등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아예 남편의 의중(意中)에는 제사 부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자기가 살고 있는 도성을 떠나 머나먼 외국에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제일 부인을 불러서 말했다.
『나는 지금부터 먼 외국에 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는바 혼자 가기는 고독하니 동행하는 것이 어떠하겠소?』
이에 그녀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별 말씀을 다하는 구려. 가고 싶으면 당신이나 혼자 가든지 하지 남까지 가자고 할 게 무어란 말이요. 나는 모르니 혼자 가든지 말든지 하시오.』
남편이 다시 말했다.
『나는 누구보다도 당신을 가장 사랑하여 무슨 일이든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주지 않았소. 당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하여 갖은 고생을 다하였는데 어찌하여 지금에 와서 나와 함께 가기를 꺼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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